반 미터
미국인 비키 밴 미터 우울증으로
12살의 어린 나이에 ‘용감하게’ 경비행기를 몰고 대서양을 건너 최연소 기록을 세운 비키 반 미터(26·사진)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반 미터는 16일 미국 메디빌의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크로퍼드카운티 검시관이 18일 밝혔다. 오빠 대니얼은 “비키는 우울증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으며, 우리는 모두 비키가 이겨내고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비키는 우울증 약도 먹지 않으려 하는 등 치료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 미터는 1993년 경비행기로 미국 대륙 횡단을 성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12살이던 이듬해 대서양 횡단에 도전했다. 그는 비행 내내 맞바람과 현기증에 시달렸으나, 미국 오거스타를 출발한 세스나 172기를 몰고 닷새 뒤 성공적으로 영국의 글래스고에 착륙했다. 이로써, 그는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최연소 ‘파일럿’이 됐다.
반 미터는 보험회사 조사원으로 일해왔으며,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에딘버러대학에서 형사소송학을 전공한 그는 평화봉사단원으로 2년 동안 몰도바에 다녀오기도 했다.
반 미터의 성공을 계기로 한 때 유행했던 ‘어린이 조종사 경쟁’은, 96년 미 대륙 횡단을 시도하던 7살의 제시카 듀브로프가 비행기 사고로 숨지면서 막을 내렸다. 당시 미 의회는 즉시 무면허 조종사의 기록 경쟁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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