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율 힐러리에 역전…무당파에선 매케인에 8% 뒤져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결국 인종문제로 발목이 잡히는가? 그가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 제레미야 라이트의 도발적 설교를 정면돌파하려던 ‘솔직한’ 연설에도 그의 지지율 하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라이트 목사 파문이 오바마의 강점이던 무당파 유권자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갤럽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42% 대 49%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 대상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2월5일 슈퍼화요일 이후 처음으로 힐러리에게 밀린 것이다. 무당파 지지율에서도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46% 대 38%로 뒤졌다.
<폭스뉴스>가 오바마의 연설 직후 18~19일 이틀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매케인과 가상 맞대결에서 43% 대 44%로 뒤졌다. 한달 전 같은 조사에선 오바마는 4% 앞섰다. 반면 오차범위 이내(±3%)이나 힐러리는 매케인에 46% 대 43%로 앞섰다. 무당파 지지율에서도 지난달 11%까지 매케인을 앞섰던 오바마는 매케인에게 8% 뒤졌다. 민주당 36%, 무당파 27%를 포함해 전체의 35%가 오바마와 라이트 목사와 관계에 의심을 표시했다. 백인의 40%, 흑인의 2%가 의문을 표시해 흑백간의 인식 차가 극명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가 18일 라이트 목사의 설교와 관련해 미국의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한 필라델피아 연설이 고소득·고학력 엘리트층에게는 영향을 줬으나, 일반 여론을 크게 공감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는 “라이트 목사 파문이 의심할 여지 없이 오바마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단언했다. 오바마의 연설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던 미국 언론들도 고질적인 인종 문제가 새롭게 점화됐다고 분석한다.
20일에는 매케인 진영의 한 참모가 유튜브에 ‘오바마 라이트’라는 비디오를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들은 라이트 목사의 설교를 “11월 본선을 위한 최대의 선물”로 보고 있어, 파문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힐러리 진영은 라이트 목사 파문을 이용해 최종후보 결정에 열쇠를 쥔 슈퍼대의원을 공략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진영은 플로리다와 미시건주의 예비선거 재실시가 사실상 무산 쪽으로 흘러가면서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인종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연설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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