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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인들 속내는 여전히 ‘보수’

등록 2008-04-06 19:33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최근 미국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들여다 보면, 미국 유권자들은 ‘다중인격자’처럼 보인다.

미국민 대부분은 전국민의료보험 등 사회복지 확대를 원하면서도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의식은 좌파 쪽으로 기울면서, 세금 감면을 주장하는 보수우파 쪽의 손을 들어준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민주당쪽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감세 대상이 확대되길 바란다. 모든 국민의 감세 혜택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30%를 웃돈다. 공화당이 감세정책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이라크 침공이 잘못됐고 이라크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라크에서 미국의 승리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미국민들의 이런 태도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감인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가상대결에서 앞서는 데서 잘 나타난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이 50대35인 상황에서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매케인은 애초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반대했다가 지지로 돌아섰다. 공화당의 ‘이단아’로 자리매김한 매케인은 무당파 유권자들이 가장 호감을 보이는 중도적 후보로 비쳐지고 있다. 매케인은 400만가구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파산했지만, 남은 7600만 가구는 건전하다고 강조한다. 또 47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지만, 2억5천만명이 어찌됐건 의료보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당사자들을 빼고는 미국인의 상당부분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이후 30년만에 미국정치의 보수주의를 청산하고 최대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은 아니다. 진보적 성향의 <어메리칸프로스펙트> 최근호는 “11월 선거가 1980년 이래 가장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선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좌우간의 이데올로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후보나 유권자들의 정체성 문제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흑백, 남녀, 빈부의 차이에 따라 지지성향이 확연히 구분됐다. 11월 본선에 가면 공화당 지지의 레드주와 민주당 지지의 블루주로 갈리는 남북간의 차이도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오바마나 힐러리 중 누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매케인 지지쪽으로 이탈하는 표가 20% 이상일 것이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분석을 더욱 증폭시킨다.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의 해방신학 설교테이프 파문을 계기로 변화와 희망의 기치를 내세워 욱일승천하던 오바마의 지지도도 3월을 기점으로 주춤거린다.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 보여줄 이런 다중인격적 태도와 흑백·남녀·빈부 차이에 따른 정체성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는 지난 30년간 신보수주의를 향해 달려온 미국과 세계의 향후 행보를 엿볼수 있는 시금석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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