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대선 후보들 “사회보장·탄소배출제 등 정부 역할 확대”
‘유에스뉴스’ 보도…세금·규제·재정지출 가장 많아질 듯
‘유에스뉴스’ 보도…세금·규제·재정지출 가장 많아질 듯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밝혔을 때, 미국에서 몇세대에 걸쳐 진행돼 온 논쟁은 작은 정부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 주간지 <유에스앤월드리포트>는 ‘큰 정부의 귀환’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선 미국에서 새로운 큰 정부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잡지는 “11월 대선에서 바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존 맥케인 셋 가운데 누구를 찍든지 2009년이 끝날 무렵에는 지난 한 세대동안 보지 못했던 더 많은 세금과 규제, 재정지출을 하는 큰 정부를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잡지는 이들 대선 후보가 건강보험, 사회보장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에서 정부의 구실을 늘리는 데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게 될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후보들이 모두 찬성하고 있어, 기업들은 연간 1천억달러의 세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또 누가 대통령이 되든 2017년이면 적자로 돌아설 사회보장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2조달러의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잡지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정부가 될 것인지가 다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권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의 클린턴과 오바마는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더 넓은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을 만들었다”는 야콥 핵커 예일대 교수와 맥을 같이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근로소득세 인상이나 1993년에 제정된 ‘가족의료휴가법’ 확대 등을 강조한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년 “정부가 해결책은 아니다”고 선언한 이후, 줄곧 ‘작은 정부’의 길을 걸어왔다. 1983년 국내총생산(GDP)의 23.5%에 이르렀던 국가 예산은 2000년 18.4%로 떨어져, 196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때 최고 70%였던 소득세율은 28%까지 떨어졌다. 자유시장주의와 작은 정부를 향한 파고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부시 대통령이라는 게 이 잡지의 진단이다.
지금 거대한 시계추는 큰 정부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폴 리안 공화당 의원(위스콘신)은 “나는 시계추의 이동을 명확히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논리와 이성이 궁극적으로 우세할 것이기 때문에, 다시 꽤 빠른 속도로 (작은 정부쪽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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