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자주 사용했던 용어 가운데 하나가 ‘불량국가’(rogue state)다.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등 국제규범을 잘 따르지 않는, 특히 미국적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나라들을 통칭했다. 하지만, 범죄학자나 법학자들의 눈엔 미국이야말로 정상적인 형사처벌 방식을 따르지 않는 말 그대로의 불량국가다.
전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재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은 재소자를 양산하는 범죄국가다.
최근 나온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교도시설연구센터의 집계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말 현재 인구 10만명당 751명이 교도소에 수감돼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구가 네 배나 많은 중국이 160만명의 수감자를 두고 있지만, 1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19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서 유독 재소자가 많은 것을 ‘미국적 예외주의’라고 규정했다. 범죄와 처벌에 관한 독특한 강압적 법집행과 행형제도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총기 구입이 쉽고 범죄율이 높은 게 일차적 요인이다.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서유럽의 네 배에 이른다. 1980년대부터 강화된 ‘마약과의 전쟁’으로, 80년 4만명에 불과하던 마약 관련 수감자가 현재 50만명으로 늘어났다.
비폭력적 범죄 발생률은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처벌이 엄하다. 부도수표 사용이나 가정 폭력과 같은 경미한 범죄에도 장기 수감형이 선고되고, 감형기준이 엄격해졌다. 흑인 등 소수인종의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영국· 캐나다와 큰 차이가 없다. 인종 문제가 재소자 비율을 높인 직접적 이유로 보긴 어려운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피엘 디 텔라 교수는 ‘아메리칸 드림’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성공제일주의’ 자본주의 경제와 독립적인 자기판단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프로테스탄티즘이 강압적 법집행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화이트먼 예일대 법대대학원 교수는 정치화한 형사사법 제도를 받아들인 미국식 민주주의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선출직인 주 법원 판사나 검사들은 강력한 범죄대책을 바라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감자 급증으로 주정부들은 교도소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부에선 민간 교도소가 성업 중이다. 주정부의 교도행정 지출은 전체 예산의 7% 수준인, 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수감자가 늘어난 만큼 공공의 안전이 나아졌는지에 대해선 전문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한쪽에선 범죄자의 장기 격리로 범죄가 줄었고, 그런 이득은 엄청난 비용 지출을 상쇄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지난 40년 동안 미국과 가장 비슷한 범죄율을 보인 캐나다의 수감율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최악의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초래한 미국의 사법제도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전세계에 똑같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원칙으로 강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수감자 급증으로 주정부들은 교도소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부에선 민간 교도소가 성업 중이다. 주정부의 교도행정 지출은 전체 예산의 7% 수준인, 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수감자가 늘어난 만큼 공공의 안전이 나아졌는지에 대해선 전문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한쪽에선 범죄자의 장기 격리로 범죄가 줄었고, 그런 이득은 엄청난 비용 지출을 상쇄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지난 40년 동안 미국과 가장 비슷한 범죄율을 보인 캐나다의 수감율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최악의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초래한 미국의 사법제도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전세계에 똑같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원칙으로 강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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