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요구에 항공사들 “항공협정 위배”
미국 교통안전국(TSA)이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미국 영공을 통과하는 모든 외국 항공기에 대해서도 사전에 탑승자 명단을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항공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 직접 착륙하는 미국행 비행기들만 이륙 후 15분 안에 탑승객 명단을 제출하게 돼 있으나, 새 정책은 목적지와 관계 없이 미국 영공을 통과하기만 하는 항공기도 전체 승객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캐나다나 멕시코 등으로 취항하고 있는 항공사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아에로멕시코는 이 조처가 국제항공협정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현재 매일 약 500여편의 외국 항공기가 미 영공을 통과하고 있는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선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더 들게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앞으로 몇주일 안에 이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며, 미국의 탑승금지명단(‘노 플라이’)과 요주의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승객이 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미국 정부와 항공사 중 어디서 맡을지에 대한 협상이 미국과 해당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테러방지 담당자들은 테러범들이 미국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를 납치해서 9·11 동시테러 때처럼 미국의 대형건물들을 공격할 우려가 있어 이번 조처를 도입하려 한다고 밝힌다. 지난 8일 미 교통안전국은 탑승금지명단에 올라 있는 사우디 국적의 두 남자가 타고 있다는 이유로 멕시코로 향하던 네덜란드 KLM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하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게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