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3일 저녁 뉴욕에서 연설을 하면서 손을 내밀고 있다. 뉴욕/AFP 연합
러닝메이트 거론…여성 주의원 “성차별에 졌다” 지적도
“최초 흑인 대통령이냐? 아니면 최초 여성 대통령이냐?”
3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확정되면서, 두번째 질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불과 한 해 전까지만 해도 ‘무적의 후보’로 여겨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권 도전은 끝내 좌절됐다. 첫 여성 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하던 많은 지지자들의 열망도 함께 사라졌다.
힐러리는 이날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 맨해튼에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밤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겠다”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을 뿐이다. 언론 등에서 승부가 끝난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마지막까지 미련을 떨치지는 못한 듯하다. 경선 규칙에 따른 대의원 확보에서 오바마에게 밀렸지만, 단순 득표수에서는 1800만표를 얻어 앞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몇 차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했던 만큼 그로서는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패배다.
관심은 힐러리의 다음 선택이다. 현재로선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11월 대선을 향한 당의 단합에 나서겠다”며 그가 말한 부통령 후보 선택지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남편 클린턴이 힐러리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는 ‘2008년 부통령’과 ‘2012년 대통령’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 중이다. 힐러리 끌어안기에 전력을 쏟아야 할 오바마로선 힐러리가 부통령 후보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부 대통령의 ‘신기록’에 도전한 힐러리는 애초 남편 ‘클린턴’의 후광과 검증된 능력이란 이미지가 겹쳐 연초까지만 해도 오바마의 갑절에 가까운 지지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 1월3일 시작된 경선에서 ‘지키기 전략’은 실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3일 “힐러리 진영이 대선 후보전을 상원의원 선거와 비슷한 것으로 과소평가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힐러리의 낙마는 미국 사회에서 ‘여성성’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보적 주간지 <네이션> 인터넷판은 “미국 사회에서 성차별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인종 차별은 강력하게 지탄받는다”고 보도했다. 여성 차별의 벽이 인종 차별의 벽보다 더 높다는 지적이다. 여성인 리다 하킨스 매사추세츠 주의원은 “수년간 봉투에 우편물 넣기 등 잡일을 해온 우리(여성 당원)들은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데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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