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사진)
스티븐스 부임 선서 한국어 유창
“여러분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캐슬린 스티븐스(사진) 차기 주한 미국대사는 8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 청사 8층 홀에서 열린 주한 미국대사 선서식에서 선서를 마친 뒤 부임소감을 밝히는 연설에서 또렷한 한국말로 자신의 각오를 이렇게 다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외아들 제임스 황이 들어올린 성경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을 들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앞에서 선서를 함으로써 이달 말 부임에 앞선 공식절차를 모두 마쳤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첫 주한 미국대사답게 “천고마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 등을 들어가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시작되던 만 33년 전 9월 평화봉사단 영어보조교사로 충남 예산역에 내렸다”며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논과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길 군데군데 핀 코스모스 꽃 등 처음 맞았던 한국의 가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20년 전인 1988년 9월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경축하던 서울에 외교관으로 부임했다”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한국의 지난 20년은 한국만이 아니라 한-미 양국관계와 민간관계도 변하고 발전했다”고 밝혔다.
상원 인준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끌어 마음을 졸였던 스티븐스 대사는 “한-미 정상들이 한-미 동맹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시점에 한국에 되돌아가게 됐다”며 “야심찬 의제들을 안고 하루빨리 부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선서를 받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동안 훌륭한 주한 미국대사들이 근무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대사를 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첫 여성 주한대사를 보내게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부임하는 대사마다 개별적으로 선서식을 열지만, 스티븐스 대사의 선서식처럼 2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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