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에 반발해 반란이 일어난 판도주 등에 친척을 둔 사람들이 수도 라파즈의 정부 청사에 몰려와 무력충돌로 숨진이들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라파즈/AP 연합
반정부 시위대 폭력사태…정부 “최소 30명 사망”
AP “협상 중요한 진전”…남미 정상들 긴급회동
모랄레스·차베스 ‘미국 배후설’ 주장…대사 추방
AP “협상 중요한 진전”…남미 정상들 긴급회동
모랄레스·차베스 ‘미국 배후설’ 주장…대사 추방
격화되던 볼리비아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남미 좌파정부들과 미국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남미 정상들은 15일(현지시각)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연다.
알바로 가르시아 볼리비아 부통령과 중앙정부 도전하고 있는 볼리비아 5개 주(전체 9개 주)와 사이에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전했다. 7시간 회의를 거친 뒤 양쪽은 모두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정상회의를 위해 떠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이피> 통신은 이날 앞서 5개 주 가운데 산타크루즈를 제외한 4개 주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 등을 봉쇄해 주민들이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볼리비아 내무장관 알프레도 라다는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지금까지 최소 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모든 사망자는 지난 12일 계엄령이 내려진 판도주에서 나왔다. 판도주의 주도 코비하에는 정부군이 속속 도착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도시 외곽에 일어나고 있는 폭력사태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특별정상회의에서 남미 정상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안정된 통치권을 확보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해법을 의논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요청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쿠데타 음모설을 제기하면서 “볼리비아에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를 대체하는 어떤 정부가 등장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루를 제외한 남미지역의 모든 정상들은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다.
모랄레스와 차베스 대통령 등은 이번 사태 배후로 미국을 지목해 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필립 골드버그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반정부 보수우파 세력을 지원해 정부 전복 음모를 부추기고 있다며 10일 추방 명령을 내렸다. 골드버그 대사는 14일 워싱턴으로 귀환하기 앞서 “나에 대한 모든 의혹은 날조”라며 “미국-볼리비아 관계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도 쿠데타 음모를 공모했다며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미국은 이에 대해 “이것은 내부 도전에 직면한 두 정상의 취약성과 절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하면서 12일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를 맞추방했다.
볼리비아 사태는 남미와 군사적 교류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의 움직임과 더불어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냉전 이후 최초로 남미 대륙을 날아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데 이어 11월에는 러시아-베네수엘라 합동 해상훈련도 계획돼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 러시아의 전폭기를 호위한 것은 나토 전투기들이었고 함대 규모도 최근 부활한 이 지역 미국 함대에 비할 것이 못 된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욕 타임스>는 정부에 반기를 든 자원이 풍부한 4개 주가 지역 경제에 위협이 되는 것도 남미 정상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체 필요량의 반 정도인 하루 약 3천만㎥의 천연가스를 볼리비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브라질은 반정부 시위대의 사보타주로 공급의 반이 한때 정지된 바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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