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등 재정적자 4000억달러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차기 미국 행정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대선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는 금융 위기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든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실질적 비용과 심리적 비용이 차기 대통령의 선택의 폭을 매일매일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불안감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1년 넘게 간헐적으로 파고를 높여가고 있는 금융위기의 끝을 알 수 없고, 얼마나 더 구제금융이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구제금융의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미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적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정적자가 아직 국내총생산의 3%에 불과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 문제는 차기 행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감세나 증세정책 모두 유효하지 못하며,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문제에 대한 해법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 이전에 미국 의회 예산국은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4070억달러로 늘고 내년엔 4380억달러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태이다.
국제통화기금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까지 구제금융에 들어간 공적자금의 5~10배인 1조~2조 달러가 더 들어가지 않으면 위기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경제에 대해 어떤 역할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엄청난 문제가 차기 행정부의 중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1980년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 이후 지속돼 온 ‘시장 우선’ 정책이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민간과 정부 부문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해 혼자 해답을 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해답을 찾아나가면서 미국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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