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왼쪽), 헨리 폴슨 재무장관(오른쪽)과 함께 1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의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뉴스 연합
파생상품 손실 정확히 몰라…“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살리면서, 모기지 대출자 지원은 외면
기업은 살리면서, 모기지 대출자 지원은 외면
“이러한 개입이 마침내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것일까?” “납세자들은 이러한 거대한 ‘구제’에 어떤 비용을 치를 것인가?”
<뉴욕 타임스>는 미국 연방정부가 7천억달러(약 795조원)에 이르는 ‘월가발’ 금융위기의 처방 비용을 내놓자, 21일(현지시각)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까?”란 제목 아래 두 개의 ‘물음표’를 던졌다. 쉽게 말해 7천억달러의 돈으로 대공황 이후 최악인 이번 위기가 쉽게 진정될지 의문을 던진 동시에, 시장의 실패로 초래된 모든 비용을 결국 납세자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고장난 금융시스템을 수리하려고 치르는 비용은 7천억달러에 달한다.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해야 할 이 비용은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연방정부의 회계장부에 기재된다. 재무부가 국가 채무의 한계를 현재 10조6150억달러에서 11조3150억달러로 늘리는 법안을 의회에 함께 제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7천억달러 가운데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 정부는 1989년 3940억달러어치의 저축대부조합(S&L) 부실채권을 사들였으나,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을 끝내 회수하지 못한 채 손실처리 했다.
이번 조처로 미국 채권을 구입할 다른 나라에 갚아야 할 미국의 채무는 납세자, 특히 후세대 미국인이 져야 할 짐의 무게를 그만큼 늘렸다. 아무리 세계 패권국 미국이지만, 점점 더 채권국들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 되고 있다. 나랏빚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1%에 이른다는 점은 미국의 국가신용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장 7천억달러가 실패한 시장을 치료하는 데 충분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에이피>(AP) 통신은 ‘인스티튜셔널 리스크 어낼리틱스’의 부사장인 크리스토퍼 웨일런을 인용해 “내년 여름까지 약 8500억달러의 자산을 지닌 110개 은행들이 파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재무부의 이번 조처는 큰 손실이 우려되는 일부 은행들을 구제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3월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이후 이번 조처까지 포함해 이미 1조달러가 넘는 구제금융 비용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위기를 단계별로 전망해 적중시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앞으로도 5천억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사실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부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상, 수면 아래 잠복한 손실은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치료’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정부의) 야망이 (시장의) 거대한 위험을 털어낼 수 없다”며 “이번 조처가 자칫 금융시스템에 거대한 구멍만 남길 수 있다”고 19일 지적했다.
연방정부가 모기지 업체와 투자은행, 보험사 등 ‘대마’(몸집이 큰 금융기관)는 살리면서도, 파산과 연체, 차압에 내몰린 일반 모기지 대출자들에 대한 지원은 내놓지 않는 형평성도 문제다. 또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은행의 ‘부실을 털어주느냐’에 따라 시장의 희비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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