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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구제금융, ‘바닥 꺼진’ 불신은 ‘구제’ 못해

등록 2008-10-01 08:27수정 2008-10-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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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구제금융 부결 ‘충격’
법안 부결 전 이미 3% 폭락…신뢰상실 보편화
연준 ‘돈 찍어내기’ 남용…리더십 실종도 ‘한몫’
‘블랙먼데이’가 계속 재현되고 있다. 시장은 이번 금융위기를 현실화시킨 9월14일(현지시각)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구제금융 법안의 진전과 상관없이 대체로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한 뒤에도, 미 증시는 26일까지 2.15%가 하락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된 탓도 있지만, 구제금융안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한 탓이 더 크다.

다우지수 102년 역사상 가장 큰 29일의 폭락은 법안 부결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날 시장은 부결 전에도 이미 3%나 폭락한 상태였다. 시장의 불안이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의 어떤 정책적 행동도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신뢰의 상실이 금융시장에 보편화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블랙먼데이는 단순히 법안 통과 지체에 따른 일시적인 진통이 아니라, 대공황 이후 최악인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구제안이 지니는 근본적 한계를 보여주는 성격이 짙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구제금융안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미 정부가 구제금융 이외에 여러 정책수단을 동시다발적으로 꺼내 드는 것도 구제금융안이 지닌 한계를 방증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이날 오전 하원 표결에 앞서 영국·일본 등 8개국 중앙은행과 미 달러화의 일시적 통화교환예치(중앙은행 간의 통화 스와프) 한도를 기존의 2900억달러에서 6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들에 1500억달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미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달러 유동성 부족사태를 방지할 목적이다. 하지만 폭락하는 증시를 전혀 막지 못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로런스 마이어 부회장은 “연준의 유동성 공급 조처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가용 정책수단도 줄어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연준이 이미 ‘돈 찍어내기’(통화 발행)를 남용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연준이 재무부 채권 형태 등으로 보유한 8천억달러의 달러보유고가 3천억달러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로버트 다이 ‘피엔시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들이 신용시장의 신뢰를 증강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은행들인 ‘소버린 뱅코프’와 ‘내셔널 시티 그룹’의 주가가 60% 하락하는 등 이날 에스앤피(S&P) 파이낸셜지수는 10%나 떨어졌다. 지금까지 12개 지방은행이 파산했는데, 앞으로 100개 이상의 지방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파산할 전망이라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전망한 바 있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치료하기엔 상처가 너무 깊다.

미국 경제를 이끄는 리더십의 실종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레임덕에 빠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실상 지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11월4일 대선과 하원 선거가 끝나고서야 금융위기에 대처할 정치적 추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구제금융안이 금융위기를 진정시켜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기엔 아직 비관적인 근거들이 너무나 많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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