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별 미국 은행 파산률
AP “줄도산 내년에 본격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터스틴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마니 베히메르(46)는 지난 달 25일 미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계좌에서 15만달러를 모두 인출했다. 이날 이 은행은 파산한 뒤 제이피(JP)모건에 인수됐다. 저축한 돈을 몽땅 날릴까봐 불안했던 베히메르는 인출한 돈을, 미 4위 은행 와코비아로 옮겼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와코비아도 씨티그룹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내 은행들이 하나 둘씩 고꾸라지면서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은행의 줄도산은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5일 전망했다.
지난해 여름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13개 은행이 파산했다. 6월 말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앞으로 117개의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에르 파이낸셜 인코프’는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미국 은행의 약 5%인 426개의 은행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수치는 대공황 이후 지금까지 파산한 은행들을 시기 별로 나눴을 때,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7년 한 해에만 75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1989년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로 촉발된 저축대부조합(S&L) 사태 기간 동안 파산한 은행 수는 역대 최다(82.3%)다. 미국 은행산업의 대지진이라 할 수 있는 당시 사건으로 1986년 3243개던 미국 내 은행 수는 10년 만에 1645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들어갈 공적자금은 저축대부조합 때와 맞먹는다. 조셉 메이슨 미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는 “1990년대 부실 은행을 정리하는 데 들었던 비용이 약 1700억~2050억달러에 달했고, 이번엔 그 비용이 약 1400억~2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숫자는 줄었지만 미 사상 최대 파산 은행으로 기록된 워싱턴뮤추얼(자산 3070억달러) 등 부실은행의 덩치가 과거보다 훨씬 커진 탓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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