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교수
노벨경제학상 두 석학의 조언

크루그먼 교수
스티글리츠 교수 주식배당에 소득세수준 과세를
연준 융자, 대출실적 높은 곳으로 크루그먼 교수 “경기침체기 재정적자 문제안돼
실업구제, 부자감세보다 효과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제대통령’이 될 운명이다. ‘오바마노믹스’라는 수사가 경제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추월하고 있다.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경제위기 파고를 헤쳐가야 할 아메리카호 선장에게 폴 크루그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진보적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주문서를 내밀었다. 두 석학은 우선 오바마에게 세금 체제를 개혁하고 부자들과 월가에 고통을 분담시키는 적절한 시장개입 정책을 요구했다.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9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오바마는 선거 기간 중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주장한 대로 부자들의 2001~2003년 감세 혜택을 환원시키고 주식의 배당수익과 자본수익에 경상소득과 똑같은 비율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바마의 어젠다’라는 제목의 <뉴욕 타임스> 7일치 칼럼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오바마를 사회주의자·재분배론자로 몰아붙였음에도 유권자는 의료보험 개선과 중산층 감세, 부유층 증세 공약을 내건 오바마를 선택했다”며 “이는 오바마가 진정한 위임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보험 보장과 실업 구제를 통해 불경기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부자들의 감세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 일이라고 역설했다.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금융권의 개혁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스티글리츠는 규제와 지원 양쪽을 모두 손질하라고 요구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융자 특혜는 대출 실적이 높고 공적자금을 책임감 있게 운용한 기관들에 돌아가도록 감시·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의 적자가 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수익이 높은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며 “뉴올리언스 제방과 인디애나폴리스 교량의 보강공사를 미루는 것은 작은 돈을 아끼려다 큰 손실을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도 “경제교과서에 경기침체기의 일시적 재정적자는 문제가 없다고 나와 있다”며 연방적자를 이유로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오바마에게 주문했다. 그는 “올해 대통령 선거는 정치철학에 대한 국민투표로, 진보적 철학이 승리했다”며 “경제위기 극복 과정은 진보적 의제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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