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택·소비 8천억달러 투입
“새로운 강력한 무기.” “극적인 충격.”
미국 정부가 25일(현지시각) 꽁꽁 얼어붙은 가계와 기업 대출, 주택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풀겠다며 8천억달러(약 1189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 계획을 밝히자,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당장 모기지(주택금융) 대출 금리와 채권 금리가 내려가는 등 시장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에선 중앙은행이 마구 달러를 찍어내면서 달러 가치 하락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 발행했거나 보증을 선 주택담보증권(MBS) 6천억달러어치를 곧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활성화하고 그 비용을 낮추려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또 2천억달러를 은행에 투입해, 소비자 관련 채권을 사들이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주택시장과 소비 진작에 대규모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다.
연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패니메이가 발행한 30년만기 채권 금리가 하룻만에 0.6%포인트 급락(가격 상승)한 4.81%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엔 최근 씨티은행이 파산 지경에 내몰리는 등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신용경색문제가 다시 떠오르는 상황에서 위기의 진앙지인 주택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했다. 또 3분기(6~9월) 경제성장률이 잠정치였던 -0.3%보다 낮은 -0.5%를 기록하면서,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급속한 냉각을 어떻게든 막아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경제 조사기관인 글로벌인사인트는 4분기 미 경제의 성장률이 -4%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연준이 비틀거리는 금융시스템을 되살리겠다고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내려고 한다”며, 구제금융의 장기 리스크(위험)를 지적했다. 미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부담하기로 한 채무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60%인 8조달러 안팎에 이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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