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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조세회피 천국 ‘금융위기 파도’에 휘청

등록 2008-12-01 18:52수정 2008-12-02 14:40

세계 주요 조세천국
세계 주요 조세천국
미 ‘남용금지법’·EU ‘블랙리스트’ 등 규제 움직임
경제위기 부른 ‘탈규제 금융’ 반성은 세계적 추세
카리브해에 있는 케이맨제도는 4만7862명이 사는 영국령의 조그만 섬나라다. 1인당 4만3800달러의 고소득을 올리는 비결은 관광 수입과 함께 조세 회피지를 찾아 몰려든 외국 자본에 있다. 이 섬엔 500개의 은행과 800개의 보험사, 5천개의 뮤추얼펀드 등 인구보다 많은 6만8천개의 기업이 적을 두고 있다.

직접세가 없는 탓에 조세 천국으로 불리는 이 섬이 최근 늪에 빠져들고 있다. 케이맨 상공회의소 회장인 에디 톰슨은 지난달 26일 정부에 케이맨의 금융산업에 대한 ‘위협’들과 싸우는 노력에 집중해 달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현지 온라인 <케이맨 넷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한 ‘조세천국 남용 금지 법안’과 유럽연합이 최근 비협력적인 조세 회피지에 대한 ‘블랙리스트’ 제도를 강화한 조처들을 위협이라고 전했다. 케이맨에만 조세를 회피하려는 1만2천개의 미국 기업들이 거점을 두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부자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자금 은닉처로 번영을 누려왔던 조세 도피처의 황금시대가 세계 금융위기로 저물어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조세 회피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채택됐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조세 천국과 전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차가운 폭풍’은 “6조달러(약 8640조원)에 이르는 국외자산의 정박지 구실을 해온 작은 국가와 섬들에 대한 적의가 점점 커지는 신호”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조세회피를 최소화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은 세수 확보를 최대화하려는 국가의 필요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특히 금융위기로 재정 수요가 늘고 있는 나라들로선 안정적 세원 확보가 절실하다.

미국 상원은 7월 미국 부유층들이 조세 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등지를 거쳐 1천억달러를 탈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국외 거점을 활용한 조세회피로 미국 연방정부가 3분의 1에서 많게는 2분의 1의 세수 손실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탈규제 속에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했다는 위기 진단은 최근 규제와 감독 강화를 낳고 있다. 이런 금융개혁 추세는 조세 회피를 차단하려는 세계적 움직임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제프리 오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국장은 “지난 석 달 사이 조세 천국 이슈에 대한 급격한, 정치적 기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세 회피지 쪽은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자동차 업체에 돌리는 격”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조세 회피에 대한 단속이 커지면서,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덩치가 큰 곳을 중심으로 적자생존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세 천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모나코 등은 금융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제조업 비중 확대를 꾀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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