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에 초점’ 경제위기 새 대책 예고
부시 정부도 비판…차별화로 ‘정책효과’
부시 정부도 비판…차별화로 ‘정책효과’
“곧 저의 재무장관인 팀 가이트너가 자금이 가계와 기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할 겁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 주례 연설에서 밝힌 계획이다. 그는 ‘2차 경제위기 대책’이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의 ‘1차 경제위기 대책’과는 사뭇 다를 것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금융자본)가 아닌 소비자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 구제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때 통과된 7천억달러(약 965조원)의 구제금융 지도도 다시 그리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전략”을 갖고 부시 행정부가 남긴 3500억달러를 쓰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약 360개의 금융기관이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구제금융의 초점을 맞췄던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구제금융을 받는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의 보너스 제한에 반대했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에 비판적이다. 그는 “납세자의 혈세가 너무나 종종 불투명하고 책임감 없이 쓰여 왔다”며 “(정부에) 손을 벌린 은행들이 대출을 필요로 하는 주택 보유자와 학생, 중소기업을 외면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자본과 이들에게 준 거액의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전임 행정부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월스트리트 경영진들이 180억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데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너스를 제한하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장의 돈 흐름을 막고 있는 금융권의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접근도 완전히 새롭게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새 행정부가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배드뱅크’ 설립과 은행 장부상 부실자산에 대한 정부 보증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구제금융을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데 쓸 계획이었던 부시 행정부는 부실자산 문제를 거의 처리하지 않았다.
오바마가 새로운 해법을 내놓은 것은 정치, 이념이 아닌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금융기관에만 집중한 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이 신용경색을 풀지 못했다는 교훈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신용 지원에 나서게 했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월스트리트와 선긋기를 한 것 또한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탄탄히 확보해 정책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다. 오바마의 새 구제금융 대책은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에 나올 전망이다.
앞서 하원을 통과하고 이번주 상원 통과를 기다리는 8190억달러의 오바마표 경기부양 법안도 부시 행정부와 방향을 달리했다. ‘부자 감세’ 논란을 일으키며 효과도 미미했던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달리,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사회 기반시설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감세도 95%의 노동자와 중산층,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끄는 ‘중산층 태스크 포스’도 “강한 중산층 = 강한 미국”이란 표어를 내걸고 30일 발족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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