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출신 내각기용에도 각종법안 지지 못이끌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당적 행보가 도전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워싱턴의 작동 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워싱턴의 작동 방식은 임기 초반 그를 괴롭히고 있다. 17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오바마표’ 경기부양책에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고, 상원에서 표결을 앞둔 82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합의’안엔 41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단 3명만이 참여했다. 공화당 의회 지도부를 찾아가 양보할 뜻을 내비치고, 공화당 출신을 내각에 기용하는 등 초당적 행보를 보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왜 초당적 협력을 얻지 못하는 걸까?
오바마의 ‘변화’를 지지하며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보였던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 후보는 7일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세대간 도둑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짐이 된다며, 지금은 감세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공화당이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이렇듯 ‘감세’, ‘작은 정부’를 뼈대로 하는 당의 확고한 이념적 정체성이다. 공화당은 경기부양책은 필요하다면서도, 전체 예산의 40% 이상이 감세에 쓰여야 한다고 고집한다.
김윤재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겸임교수는 “워싱턴의 기본적인 작동방식도 공화당의 당파를 초월한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8년 만에 야당이 된 공화당은 경기부양책을 주도한 민주당과 각을 세울수록 당의 구심점을 모아가는 정치적 부수효과를 거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화당을 철저히 배제한 채 법안을 짠 것도 빌미를 줬다. 경기부양과 거리가 먼 낙태시술 지원과 ‘내셔널 몰’ 공원 보수를 끼워넣은 것도 공화당의 반발을 샀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어법도 트집잡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의 수사가 교만하다고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통과시키지 않으면 더 큰 파국을 부른다는 오바마의 연설은, 공화당이 위기 극복 노력에 발목잡는 ‘무책임한 집단’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9일 취임 뒤 첫 방송 기자회견을 하고, 플로리다 등을 방문해 대국민 여론 조성 작업에 더욱 힘을 모을 계획이다. 김윤재 교수는 “공화당을 향한 초당적 행보를 보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충분히 명분을 쌓았다”며 “국민 여론을 상대로 하는 최종 승부에서 장기적으로 오바마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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