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파산보호 신청땐 정부채권 우선순위로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세계 2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의 파산을 선택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산은 두 회사에 쏟아부은 엄청난 납세자의 혈세를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9일 “지엠과 크라이슬러에 구제금융으로 투입한 174억달러(약 24조원)의 대출채권을 보장받으려는 미국 정부에 의해 두 회사가 파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 누리집에 공개된 구제금융 합의문을 보면, 미국 납세자들은 지엠과 크라이슬러의 기존 채권단인 씨티그룹과 제이피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등보다 후순위 채권자로 자리매김돼 있다. 이는 두 자동차 회사가 청산될 경우, 우선순위 채권단인 은행에 밀려 연방정부는 대출을 거의 회수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법무법인을 고용해 정부를 채권단의 우선순위에 놓으려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통신은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연방정부가 추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두 회사를 파산시키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파산법에 따라 정부 채권은 다른 채권에 앞서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하지만 지엠과 크라이슬러는 소비자가 자신들의 자동차 구매를 꺼리게 되고, 회사정리(청산)로 갈 수 있다며 파산보호 신청을 원치 않는다는 태도다.
크라이슬러는 제이피모건과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으로부터 70억달러를, 다임러에이지(AG)와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로부터 20억달러의 빚이 있다. 지엠은 제이피모건과 씨티그룹으로부터 60억달러를 대출받았다. 이들은 대출 조건으로 두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하지만 두 회사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연방정부는 정작 기존 대출자인 은행에 처져, 담보물에 대한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다.
지엠과 크라이슬러는 오는 17일까지 지난해 12월에 받은 구제금융을 어떻게 쓸지 진전된 계획안을 정부에 내놔야 한다. 또 다음달 31일까지 구제금융을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 등을 제시해야 한다.
두 회사는 감원, 공장 폐쇄, 부채 축소, 자동차 판매상 축소 등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엠은 2012년까지 3만1천명의 인력 감축과 9개의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월 지엠과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9%, 55%씩 줄었다.
이날 일본의 3대 자동차 회사인 닛산은 전세계 공장에서 노동력 2만명을 줄이고,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운명은 한동안 미국 정부 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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