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그런 일 없다” 서둘러 진화조처 모양새
이슬람권 “미 정부 오보처리 압력…규탄집회 강행”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슬람권의 총궐기를 부른 기사를 ‘취소’하는 유례없는 조처를 취했다. 이 기사는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는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에서 조사관들이 이슬람 경전 ‘코란’을 모독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로 대형 오보 시비에 휘말린 <뉴스위크>는 15일(현지 시각) 기사 내용에 잘못이 있다고 시인한 뒤, 16일 성명을 통해 기사 자체를 공식 취소했다. 이로써 ‘코란 모욕 기사 사건’은 일단락될 계기를 마련했으나, 중동권에서는 반미 기류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 이례적 기사 취소 = <뉴스위크>는 지난 9일치에 ‘익명의 고위관리’를 인용해 “관타나모 기지의 미군 조사관들이 테러 용의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 위해 코란 사본을 화장실 변기 물에 흘려보냈다”며 “국방부 조사단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알려지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에선 격렬한 반미시위가 벌어졌고, 진압과정에서 최소한 16명이 숨졌다. 이슬람권에선 거의 유일한 미국의 맹방인 파키스탄 무샤라프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다급해진 미 국방부는 2만5천쪽 짜리 자체 조사보고서를 샅샅이 뒤진 끝에, 코란 모욕사건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뉴스위크>에 기사 취소와 해당 기자 징계 등을 요청했다. <뉴스위크>는 처음엔 “기사의 잘못 여부를 현재 조사중에 있다”며 추가취재를 통한 진위 판별을 고집하다,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기사 취소를 발표했다.
◇ ‘코란 모독’ 새로운 증언 = 미국 정부는 ‘미국의 이미지 실추와 중동 테러세력의 세력확장’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 기사는 해외의 미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미국에 반대하고 대테러전쟁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난 <뉴스위크>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가 게재된 경위에 대해 곧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뉴스위크>의 기사철회만으로는 이슬람권의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으며, 관타나모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이들이 자주 코란 모욕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증언을 하고 있어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3년 동안 수감됐다 석방된 아프간인 압둘 라힘은 아프간 텔레비전에 출연해 “특히 수감초기에 조사관들이 일상적으로 코란을 모독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이슬람단체 지도자인 카지 후세인 아흐마드는 “<뉴스위크>는 미국 정부 압력 때문에 기사를 철회했지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석방된 많은 사람들도 그같은 일(코란 모독)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오는 27일 파키스탄과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에서 규탄집회를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셰이크 라시드 아흐메드 파키스탄 공보장관도 “사과와 기사 철회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뉴스위크>는 무슬림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이런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101번 숙고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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