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존주택 판매 추이
실업·공급과잉 등 짓눌러
미국에서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량은 3월보다 2.9% 늘었다. 기존주택 가격의 중간값도 전달의 16만9900달러에서 조금 오른 17만200달러를 기록했다고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27일 밝혔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답하는 미국의 전문가는 거의 없다.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금리와, 2006년 정점보다 30%나 싼 가격이 수요를 자극하고 있지만 주택가격을 다시 밀어올리기엔 공급 쪽 부담이 너무 크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공급이 급증하면서 주택 판매가 지지부진하다”고 보도했다.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압류당한 주택들이 지난 1~2월에만 31만3000채 늘었다. 압류 주택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재고량은 397만채로 증가했다. 조슈아 샤피로 엠에프아르(MF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대한 재고 물량 때문에 가격 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 10%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실업률도 주택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다.
주택 경기가 조만간 바닥을 찍는다 해도 회복엔 긴 고통이 따를 전망이다. 주택 가격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에스앤피(S&P)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달,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7% 하락했다. 미국의 집값은 2002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 뉴스>에 “부동산 역사상 브이(V)자(급격한 하락 뒤 급격한 상승) 형태의 회복은 거의 없었다”며 “지금은 거품이 컸던 만큼 회복 또한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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