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의 대통령궁에 도착해 우마루 야르 아두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아부자/AP 연합
2000년 대선개표 부정의혹 거론하자 공화당 격분
법치·부패척결 등 강조에 ‘설교 필요없다’ 반발도
법치·부패척결 등 강조에 ‘설교 필요없다’ 반발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연일 잡음을 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12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를 방문해 나이지리아의 부패한 선거제도를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논란을 벌였던 플로리다에서의 투개표와 비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이날 시민활동가들과 만나 나이지리아의 선거제도가 결함이 있고 “투명성과 합리성의 부족으로 정부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폭력을 옹호하고 국가의 권위를 거부하는 집단의 발호에 기여한다”며 플로리다 선거를 언급했다. 그는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우리도 대통령 선거 때 일부 문제가 있었다”며 “기억하는대로 2000년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사람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는 주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화당이 발끈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해외에 나가서는 국내 동료 정치인들을 비난하지 않는 관례를 깼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테리 홀트는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아프리카 순방 중 많은 외교적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가 아프리카를 더 자주 가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아프리카 순방 내내 그가 방문한 국가들에 대해 법치와 투명성, 부정부패 척결 등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라일라 오딩가 케냐 총리는 “우리를 통치하는 방식에 대한 설교는 필요가 없다”며 “통치와 투명성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설교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순방 내내 클린턴은 미국 여기자 석방을 이끌어낸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놓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자신의 순방이 빛이 바래기도 했다. 앞서 클린턴은 콩고에서 한 대학생이 콩고의 정치에 대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견해를 묻자, “내가 국무장관이며 내 의견은 말해줄 수 있다”고 격분했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등 최고 외교관답지 않은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 학생은 애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견해를 질문하려다 긴장해서 남편 클린턴으로 잘못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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