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용소 스캔들 장본인 참여에 일부서 강력 반발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스캔들의 상징적 인물인 퇴역 미 여군 린디 잉글랜드(26)가 14일 의회 도서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일부의 반발에 따른 안전상 우려로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지난 2004년 당시 육군 일병이던 잉글랜드는 벌거벗은 수감자를 개줄로 묶은 채 잡고 있거나 수감자로 나체 피라미드로 만들고 있는 사진에 나와 아부 그라이브 스캔들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각됐으며 지난 2005년 불명예 제대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작가 게리 윙클러가 쓴 자신의 전기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를 주최한 미 의회도서관 전문가협회의 앤절라 키니 회장이 포럼개최 직전에 직원 안전을 이유로 행사를 취소하면서 잉글랜드의 등장도 무산됐다.
키니 회장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회원들로부터 '수많은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행사를 준비한 의회 도서관의 독일서적 전문가 데이비드 무어는 "폭력도 불사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메일을 몇 통 받았다"며 특정 블로그에는 이번 행사를 헐뜯는 글이 올라 반대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회 도서관 직원 모리스 데이비스는 온라인 상에 "불명예스러운 사람을 미화하는 데에 정부 재산과 자원을 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취소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데이비스는 피의자에게 물을 붓는 행위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은 고문'이라는 소신을 밝히며 관타나모 수용소 군사재판 검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작가 윙클러는 자신의 책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잉글랜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은 균형잡힌 책이라며 행사의 취소를 아쉬워했다.
잉글랜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지난 2004년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에서 자신은 제한된 역할만 했을 뿐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잉글랜드는 현재 가족이 거주하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잉글랜드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스캔들로 유죄를 선고받은 11명의 군인 중 한 명으로 수감자 학대 및 음란행위 공모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형의 절반을 복역했으며 현재 항소 중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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