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토르비에른 야글란 심사위원장이 9일(현지시각) 오슬로의 노벨재단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슬로/AP 연합
,외신들 긴급뉴스로 보도 “기자들 숨막힐 지경”
“독재정권에 발언을” “아프간은 어쩌고” 지적도
“독재정권에 발언을” “아프간은 어쩌고” 지적도
전세계가 놀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말 그대로 깜짝 수상이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상자가 발표되자, 참석자들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시엔엔>, <뉴욕 타임스>, <비비시>(BBC) 등은 이날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긴급 뉴스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깜짝 수상”이라는 표현을 빼놓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오바마는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세상을 바꿔놨다”며 “오바마보다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전세계적 차원에서 평화를 이루려는 그의 노력과 의지, 비전을 고려할 때 수상자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은 오바마의 짧은 기간의 성취보다는 세계 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격려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오바마가 미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처하려는 의지를 밝히면서 형성된 기대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적극적 국제문제 참여에 대한 격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도 “노벨위원회의 의미있는 격려라고 본다”며 “아직 평화를 이루지 못한 중동에서 오바마가 움직이도록 독려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바마의 향후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컸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됐던 중국 위구르족 망명지도자 레비야 카디르는 “위구르인들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오바마가 억압받는 국가들을 위해 맞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란 대통령 공보보좌관 알리 악바르 자반페크르는 “국제사회의 불공평이 사라져야 한다”며 “만약 오바마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없애면 노벨평화상이 제대로 주어졌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뭐라고? 그렇게 일찍?”이라며 “오바마가 제안한 것들을 실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의 반발이 거셌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나 안정을 위해 그는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며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칼레드 알바시 이슬라믹지하드 지도자는 “이 상은 정치적이고, 신뢰와 가치, 도덕의 원칙에 따르지 않았다”며 “미국이 지구상에서 최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군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고한 목숨을 계속 빼앗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노벨평화상이 주어질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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