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성장률
투자 골드만삭스 웃고 대출 시티은행 울고 ‘두개의 미국화’
경제전문가들 “고용악화·수요위축땐 내년 다시 위기 가능성”
경제전문가들 “고용악화·수요위축땐 내년 다시 위기 가능성”
지난 15일(현지시각) ‘묘하게도’ 월가를 대표하는 두 은행의 명암이 엇갈렸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2008년 말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는 증권·채권 중개의 호황으로 3분기(6~9월) 실적이 지난해 동기보다 4배나 늘어난 32억달러(약 3조72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상업은행인 씨티그룹은 전 분기의 42억달러에서 크게 준 1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소비자 대출에서 80억달러의 손실을 본 게 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 “위기로부터 두 개의 미국이 생겨나고 있다”며 “메인스트림(실물경제)의 비애와 월가(금융)의 회복 사이의 간극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금융위기의 도래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비관적 예언자)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점점 커지는 격차를 우려하면서, “경기침체의 터널 끝에 와 있지만, 더블딥(이중 침체 또는 W자 회복)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만이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윌리엄 화이트 전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등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돌아서는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3일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더블딥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년 만에 1만 선을 회복하고,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플러스(+)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블딥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까닭은 실물경제의 더딘 회복 탓이다. 더블딥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기회복이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과 기업의 재고 조정에 따른 미약하면서도 일시적인 회복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부양의 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기업의 재고 조정 효과가 사라지면, 3분기부터 플러스 전환이 예상되는 경제가 내년 4분기쯤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정부들이 추가 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지난해의 세 배인 1조4000억달러로 추산되며, 일본과 영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토대는 여전히 허약하다. 이미 9.8%에 도달한 미국과 유럽의 실업률은 조만간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용시장의 악화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심리는 바닥 수준이다. 여기에 1985년(69%)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124%)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소비시장의 위축은 기업의 생산과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회장은 수요 부족으로 “세계경제는 2~3년 내 더블딥의 가능성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선 섣부른 ‘경기부양책의 철회’(출구전략)를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1930년 6월 다우지수가 전년도의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공황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증시는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고,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본격적인 안정을 되찾지 못했다. 경제가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곤두박질친 사례는 경제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미식축구 스타인 존 가르디너가 2년생 스핑크스종 애완용 고양이를 데리고 15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알림종 행사에 참석한 뒤 거래소 객장에 웃으며 서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이틀 연속 1만 선을 유지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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