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이 일자리 절반 차지
일하는 부인, 직장 잃는 남편
타임지 달라진 여성 위상 소개
남녀 중간연봉 격차 크게 줄어
“양육은 여성이” 여전히 높아
타임지 달라진 여성 위상 소개
남녀 중간연봉 격차 크게 줄어
“양육은 여성이” 여전히 높아
“내 삶의 첫번째 우선순위는 가정과 남편의 일이다.” 미국의 가정주부 로레타 갤리건은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할머니가 된 그는 6명의 손녀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첫째는 스페인에서 교사로 근무한다. 둘째는 중국에서 유학한다. 셋째는 아프리카에서 공부하고 있다. 로레타는 말한다. “그 아이들은 뭣이든 할 수 있다”고.
로레타 집안의 변화처럼 미국 여성들의 삶은 37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현재 여성들은 미국 일자리의 49.8%를 차지해 남성들(50.2%)과 거의 같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더 많이 일터에서 밀려나면서 남녀간 격차가 줄어들다가, 올 연말쯤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역전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사회활동도 전방위적으로 뻗어나갔다. 현재 대법원 판사 2명, 장관 7명, 주지사 6명, 아이비리그 대학총장 4명, 연방수사국(FBI) 요원 2396명이 여성들이다. 71년에는 이 모든 분야를 통틀어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아직도 회사 중역, 국회의원, 헤지펀드 매니저, 일부 전문직, 엔지니어 등은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그리고 지난해 남성의 중간연봉이 4만6367달러(5461만원)일 때, 여성의 중간연봉은 남성의 77%인 3만5745달러(4210만원)였다.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정치, 경제 등 실질적인 힘을 가진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분명 예전과 같진 않다”고 말했다.
‘아빠는 직장 가고, 엄마는 아이 키우는’ 성 역할 인식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1971년 아이오와주 레드오크 타운에 탁아소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이를 집 바깥에 맡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아무도 아이를 맡기지 않아 몇 달 뒤 문을 닫았다. 5683명이 사는 이 타운에 지금은 5곳의 탁아소가 있다.
<타임> 설문조사를 보면,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76%가 ‘사회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남녀간 인식차는 여전하다. ‘아이 양육의 우선책임이 누구한테 있냐’는 물음에 ‘자신’이라고 답한 비율이 여성은 69%인데 남성은 13%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로,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인이자 여성단체 ‘위민스 컨퍼런스’ 지도자인 마리아 슈라이버는 <타임>에 기고한 ‘미완의 혁명’이란 칼럼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만의 세계가 아닌 곳에 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산업화된 국가에서 보육 정책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고, 여성은 여전히 차별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슈라이버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유니스 케네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언론이 이렇게 표현했다. ‘남자였다면, 대통령이 됐을텐데’라고. 단지 ‘남자였다면’.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사회에 길들여지지 말고, 억눌리지 말라’고”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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