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 분장한 코미디언 프레드 아미슨. <엔비시> 방송 화면 캡처
코미디쇼 웃음거리 된 오바마
“말만 많고 성과없어” 풍자
“말만 많고 성과없어” 풍자
“기억하세요. 강아지를 결정하는 데도 5개월이나 걸렸잖아요.”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제이 레노는 최근 ‘제이 레노 쇼’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이렇게 비꼬았다. 오바마가 수렁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해법을 못 찾고 헤매는 것을 백악관에 데려갈 강아지를 결정한 것에 빗댄 것이다.
오바마가 미국 텔레비전 심야 코미디쇼의 조롱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코미디쇼 진행자들은 오바마를 풍자하는 데 상당히 부드러웠지만, 몇 주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20일 전했다.
<엔비시>(NBC) 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에서 코미디언 프레드 아미슨이 분장한 가상의 오바마는 “그동안의 제 성과는 기록을 보시면 대단히 분명합니다. 바로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조롱했다. 또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이라크 철수 등 자신의 공약을 모두 “미완료”라고 한 뒤, “의료보험 개혁요? 전~혀 아니죠”라고 말하자 폭소가 터졌다. ‘데일리 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는 “쟁반에 자꾸 갖다 놓기만 하면 어떻게 해? 이런 젠장, 먹어 치울 시간이라고”라며 오바마를 쏘아붙였다. 오바마가 노벨상을 탄 것도 놀림감이 됐다. 레노는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오바마의 최대 성과는 노벨상을 탄 거죠”라고 비아냥댔다.
모두 취임 10개월째에 접어드는 오바마가 여러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채, 말만 많을 뿐 뚜렷이 거둔 성과는 없이 정치적 난관에 빠진 것을 빗댄 것이다. 이처럼 조롱의 강도가 세지는 것은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오바마는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21일 발표한 국정지지도가 47%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그동안 코미디의 조롱거리가 된 뒤 그 이미지를 벗지 못해 고생을 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은 코미디언 티나 페이가 들뜬 멍청이로 그려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교활한 난봉꾼으로 묘사돼, 치욕스런 이미지가 미국인의 머리에 남았다.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는 “오바마가 이제 코미디언들의 목표물이 됐고, 대통령이나 보좌진에게는 전혀 웃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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