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 등 피해 속출
미국 동부 연안 지역에 대규모 폭설이 내려 19일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5명이 숨졌다.
눈은 18일 금요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해 토요일 하루 종일 쏟아진 뒤, 일요일 새벽녘에야 멈춰 적설량이 20인치(51㎝)를 넘어섰다. 기상당국자들은 이번 폭설이 워싱턴 일대에 내린 눈으로는 2003년 2월 27인치(69㎝) 이후 최고 강설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덜레스와 볼티모어 등 주요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취소됐고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는 마비됐다. 결빙으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인근에서 255명의 승객을 태운 기차가 6시간 동안 멈춰서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워싱턴에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전철의 지상구간 운행도 중단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역에선 정전이 일어나 6만여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시 당국이 주택가 눈길은 아예 치울 엄두도 내지 않아,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동차로 주택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사실상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가 됐다.
눈길 교통사고도 연이어 버지니아주에서만 하룻동안 400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 버지니아주, 오하이오주 등에서 모두 5명이 숨졌다. 박물관과 동물원은 물론 우체국 등 관공서와 가게 등도 폭설로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인적이 끊어진 시내에서 눈싸움을 하거나 도로에서 스키를 타는 이들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인 연중 최대 쇼핑시즌을 잔뜩 기대했던 쇼핑센터들은 이날 텅비어 오후 이른 시각에 대부분 문을 닫았다.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 델라웨어주, 워싱턴시, 필라델피아시 등이 각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주민들이 집에 머무를 것을 당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회의를 마치고 앤드루 공군기지로 귀국했지만 기상여건 악화로 공군기지에서는 헬기 대신 승용차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미국 기상청은 “19일 오후에는 시속 40마일의 강풍과 함께 12~2인치(30~56㎝)의 눈이 쌓여 거리감각이 상실되는 백시현상(화이트 아웃) 발생이 예상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