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상원의원..휠체어 타고 새벽.심야투표 참여
미국 상원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안이 100여년 만의 대대적 인 손질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 까지는 와병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과 심야에 이뤄지는 표결을 마다하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92세 최고령 상원의원의 한 표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로버트 버드(민주.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이 그 주인공.
민주당 지도부가 가까스로 소속 의원 58명 전원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2명의 표를 확보, 공화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60석의 건보개혁 찬성표를 확보한 상황에서 한 명의 투표 불참자도 있어서는 안됐기 때문이다.
버드 의원은 동이 튼 직후인 22일 아침 7시30분 이뤄진 건보개혁안 2차 토론종결 표결과, 이에 앞서 12월 폭설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 동부지역의 주말 폭설을 뚫고 21일 새벽 1시에 이뤄진 1차 토론종결 표결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버드 의원이 이들 표결에 참여할 때마다 초조하게 60석 확보를 지켜보던 민주당 의원들은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미 의원들 중 최연장자 기록을 갖고 있는 버드 의원은 1959년 상원에 입성한 뒤 50년째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8천500회 이상의 각종 상원 표결에 참여한 상원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노환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좋지 않은 상태로, 올들어 이뤄진 상원의 롤 콜(roll call.호명 투표)에 40% 이상 참여하지 못해 이번 건보개혁안 처리를 앞두고 주목을 한몸에 받아왔다. 앞서 버드 의원은 올 여름에도 미세한 감염 증상으로 6주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건보개혁안의 결사 저지 입장을 밝혀왔던 공화당은 버드 의원의 투표 불참 사태를 내심 바래온게 사실이다. 1차 토론종결 투표를 앞둔 지난 20일 밤 공화당의 톰 코번(오클라호마)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오늘 밤 미국인들은 누군가가 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버드 의원은 이 같은 공화당 일각의 `희망'을 아예 불식시키듯, 22일 아침 투표에 참여해 "찬성(Aye)"이라고 분명한 한 표를 행사했고, 24일 아침 이뤄질 최종 투표에도 무난히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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