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을 출발해 25일 미국 미시건주 로뮬러스시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한 문제의 노스웨스트 항공 소속 항공기 계단 아래 보안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공항쪽이 촬영한 비디오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로뮬러스/AP 연합뉴스
[미국에 다시 테러공포] 범행 순간 재구성
미국적기 착륙전 ‘펑’ 불꽃·연기에 기내 ‘패닉’
네덜란드 영화감독 온몸 던져 용의자 제압
폭발물질 몸속에 숨겨 탑승…범행뒤 자백 “펑” 크리스마스날인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미국 디트로이트로 향하던 노스웨스트 항공 253편의 착륙이 얼마 안 남았을 때였다. 19A 좌석이었다. 불꽃과 연기가 피어 올랐고, ‘불이야, 불이야’라는 고함, 비명, 그리고 ‘물 가져와’라는 외침이 뒤섞였다. 삽시간에 기내는 패닉 상태가 되었다. 이때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의 좌석 건너편 뒤쪽의 20J 좌석에 앉았던 네덜란드 영화감독 야스퍼 슈링거가 연기가 난 쪽으로 몸을 던졌다. 슈링거는 용의자의 좌석으로 넘어가기 위해 4명의 승객들 위를 다이빙하듯 넘어갔다. 압둘무탈라브가 덮고 있는 담요, 바닥에 떨어진 베개에서 불꽃이 튀어 연기가 피어나고, 다리 아래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범인은 바지를 열고 있었고, 다리로 연결되는 끈 같은 것이 있었다.” 슈링거는 불꽃이 일며 녹아있는 물체를 범인의 왼쪽 다리에서 떼어내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불을 껐다. 슈링거는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저 사람이 이 비행기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 안전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슈링거는 이어 “물을 달라”고 외쳤고, 승무원들이 소화기를 갖고 달려와 불을 껐다. 압둘무탈라브는 폭발이 실패로 돌아가고 승객들에 의해 제압될 당시 그저 멍한 상태로 있었다. 애초 계획대로였다면, ‘펑’ 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났어야 했다. 승무원이 다가와 “주머니 속에 뭐가 들었느냐”고 물었을 때도, 압둘무탈라브는 무표정한 음성으로 “폭발물”이라고 순순히 답했다. 슈링거는 그를 자리에서 끌어냈고 승무원들은 혹 숨겨놓은 또다른 폭발물이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옷으로 손목을 뒤로 묶고 목을 조른 채 비행기 앞으로 데려갔다.
미 여객기 테러기도
용의자 압둘무탈라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군용 고폭발 물질을 속옷에 숨겨 비행기에 탄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지닌 폭발물은 80g의 펜타에리트리올(PETN)이었다. 폭발물은 6인치(15.25㎝) 크기의 폭약과 그의 속옷에 꿰매진 채 부착된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 등으로 이뤄졌다. 압둘무탈라브는 범행 직전 배탈이 났다며, 화장실에 들어가 20여분간을 머무른 뒤 자리에 돌아와 담요를 머리 끝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곧이어 ‘펑’ 소리가 나고 불길이 일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소동이 끝나고,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기장은 안내 방송을 했다.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잘 끝났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십시오. 곧 착륙합니다.” 체포 직후 디트로이트 인근 앤하버의 미시간대 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고 있는 압둘무탈라브는 이날 항공기 폭파기도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