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국민 3분의1 3백만명 피해”…건물 70~80% 파손

등록 2010-01-14 19:02수정 2010-01-15 00:36

상처와 흙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 한 아이티인이 지진이 일어난 12일(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상처와 흙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 한 아이티인이 지진이 일어난 12일(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초토화
전기·통신 두절…구호품 전달도 어려운 상황
“허리케인은 이번 지진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온통 주검들이 널려 있다. 덮여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강진이 덮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를 둘러본 한 목격자는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렇게 전했다. 대재앙이 덮친 아이티의 참담한 현장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지만, 사망자 규모 추정치는 수만에서 수십만명까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3만~5만명 수준”(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 “10만명은 훨씬 넘을 것”(장막스 벨리브 총리), “50만명이 넘어설 것”(유리 라토르튀 상원의원) 등 추정치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타임스>는 “누구도 얼마나 숨지거나 다쳤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혼선은 구호작업을 지휘해야 할 아이티 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데다, 전기와 통신이 대부분 두절돼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망자 예측도 정확한 집계를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추정치다. 프레발 대통령은 “사망자 규모를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아이티 남성이 포르토프랭스에서 13일(현지시각)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밑에서 손을 뻗쳐 구조대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남성이 포르토프랭스에서 13일(현지시각)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밑에서 손을 뻗쳐 구조대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정확한 사망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재앙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지진 피해를 본 사람이 아이티 전 국민의 3분의 1인 약 3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충격이 “핵폭탄 몇개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포르토프랭스의 건물 70~80%가 파손됐고, “대부분의 2층 이상 건물이 무너졌으며 30여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제프 세르주 미오 대주교는 숨진 채 발견됐고, 켈리 바스티앵 상원의장은 무너진 의회 건물 더미에서 구출돼, 인근 도미니카공화국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프레발 대통령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피신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건물들이 추가로 무너질 위험이 있고, 부상자 중에서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장비와 의약품 부족이 사망자를 늘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진의 공포로 밖에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헤치고 부상자 구출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 픽업트럭을 구급차로 활용하고, 부서진 집의 문을 뜯어 들것으로 쓰고 있다. 의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소독제 몇병과 거즈, 테이프로 손발이 잘려나간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죽어나가는 환자들을 바라보면서 부상자들이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 주민은 4살짜리 딸이 크게 다쳤는데, “치료해줄 사람도, 약도, 병상도 없어 딸이 죽게 됐다”고 울부짖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해안경비대가 촬영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 곳곳에 건물들이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미국 해안경비대가 촬영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 곳곳에 건물들이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의료지원단체들은 무너진 병원을 대신해 구급천막을 세우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국제적십자사 관계자는 “허리케인은 이번 지진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건물에 깔린 사람들이 꺼내달라는데 장비가 없어 도와줄 방법이 없다. 도대체 구호팀은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조작업은 국제사회의 구조장비와 의약품 등이 도착해야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공항과 도로, 항구 등이 심각하게 파손돼 구호품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