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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이 아이티 지원을 서두르는 이유

등록 2010-01-15 10:25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지진 피해를 본 아이티 지원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더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병력 수천명을 출동시켰고, 막대한 지원 물자를 실어 보냈다. 미국 재정 적자가 심각하고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큰 규모다.

미국이 이처럼 아이티 지원에 몰두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제정치적으로는 아이티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가 크다. 미국은 그동안 쿠바 바로 옆에 있는 아이티를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막대한 노력을 들여왔다. 1915∼34년에는 아이티를 무력으로 점령했고, 1957∼1986년 프랑수아 뒤발리에 독재정권 시기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여기에는 쿠바에 이어 아이티마저 적대적으로 변할 경우 카리브해에서의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칫 이들 국가가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등 남미 좌파 정부와 힘을 합칠 경우 중남미 전체가 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미국의 노력은 1990년대 들어 아이티의 거센 민주화 운동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과거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며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6년 현재의 르네 프레발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아이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을 통해 이 정권을 간접 지원해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개입하려는 게 아니라 지원만 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 P.J. 크롤리 등 미국 관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티 정부가 요청한 부분만 돕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인 셰릴 밀스는 "우리는 아이티 정부를 대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 정권이 무너질 경우 미국으로 난민이 몰려올 수 있고, 아이티에 거주하는 미국인 4만5천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이미 미국인 외교관 1명이 숨졌고, 3명이 실종된 상태이기에 아이티로 향하는 미국의 발걸음은 급하기만 하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도 아이티 지원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부시는 2005년 미국 남동부 지역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쳤을 때 무성의하게 대처했다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전임자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오바마이기에 취임후 처음 맞닥뜨린 대규모 자연재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12일 오후 아이티 지진이 벌어지자마자 오바마가 얼마나 이 문제에 빨리 대처했는가를 보여주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저녁 상황실 대책회의,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 취소한 행사 등을 거의 매시간 상세히 설명할 정도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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