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 뿌리지 말아야” 발언
관광산업 위축으로 민심 폭발
지난해도 구설수 오른 적 있어
관광산업 위축으로 민심 폭발
지난해도 구설수 오른 적 있어
말 잘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뉴햄프셔주 타운홀 미팅에서 “대학입학금을 모으려 한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돈다발을 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향락과 과소비가 미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라스베이거스와 네바다주의 민심이 폭발했다. 라스베이거스와 네바다주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줄면서 관광산업이 크게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오스카 굿맨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더라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질 수도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라스베이거스 민심이 이처럼 싸늘해진 데는 오바마 대통령의 ‘라스베이거스 발언’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인디애나주 타운홀 미팅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은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가거나, 슈퍼볼 경기 관람, 또는 전용기 구입에 돈(국민혈세)을 써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 한차례 반발을 산 적이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밀어줬음에도 이처럼 무관심한 데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한마디씩 거들었다. 공화당의 존 엔선 상원의원은 “그는 다시 한번 라스베이거스의 휘청대는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중간선거에서 낙선위기에 몰려있는 6선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나 같으면 관광객과 기업인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쓰기를 바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사태가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리드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라스베이거스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려했던 것이 아니다”며 “미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곳으로 라스베이거스만한 곳은 없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라스베이거스 사이에 그어진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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