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림(51)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
최경림 브라질 대사 “자녀 학교 보내기 조건으로 생계수당 지원 ”
“빈곤층과 극심한 빈부격차를 줄인 게 비결이다.”
최경림(51·사진)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80%를 넘는 기록적 지지율을 보이는 이유를 4일 이렇게 분석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최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빈곤층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조건으로 매월 생계수당을 지급하는 ‘보우사 파밀리아’ 프로그램 등이 브라질의 빈곤층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고 설명했다. 최 대사는 “극빈층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히 편 것이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덜 받고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의 이른바 ‘중도 실용주의’도 높이 평가했다. 최 대사는 룰라 대통령이 노동자당(PT) 출신이지만 지난 8년간 중도 또는 시장경제정책을 유지하고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와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안정적 경제기조를 유지한 것이 민주주의 성장,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잠재력을 성장으로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잇따라 열리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브라질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사는 룰라 대통령이 “탈냉전시대 다극화된 질서를 반영하는 체제로 가야 된다고 미국 등과 각을 세우면서도, 서방 선진국과 협력해서 중도적 위치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는 10월 대선에 대해서 현재는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 상파울루 주지사가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수석장관을 5% 안팎 앞서지만, 룰라 대통령이 본격 지원에 나서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 대사는 “누가 되든 경제정책 등에서 지난 20년간의 기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시장의 각각 60%와 50%를 점유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수출만 할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직접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