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 6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보수시민단체 ‘티 파티’(Tea Party) 집회에서 연설 요지를 적어놓은 손바닥 메모(왼쪽)와 9일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 도중에 이를 풍자해 적어놓은 손바닥 메모. 내슈빌, 워싱턴/AP 연합뉴스
페일린 풍자
“아, 잠깐만요. 제가 뭘 좀 적어왔거든요.”
9일 미국 백악관 브리핑장에서 로버트 깁스 대변인이 ‘의료보험 토론회’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왼쪽 손바닥을 펴 뭔가를 읽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계란, 우유, 빵, 희망, 변화’라는 5개 단어가 검은 색 펜으로 쓰여 있었다. 워싱턴에 최고 50㎝의 폭설이 또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미리 사둬야 할 목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슬로건을 적어둔 것이지만, 사실 이는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풍자하는 일종의 ‘대변인 퍼포먼스’다.
페일린은 지난 6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보수시민단체 ‘티 파티’(Tea Party)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중 왼손바닥에 연설 소재를 메모로 적어놓은 것이 카메라에 잡혀 텔레비전 생중계로 방영됐다. 페일린의 손바닥에는 기브스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펜으로 ‘에너지, 세금감면, 미국 정신 고양’ 등의 단어가 쓰여 있었다.
평소 페일린은 오바마 대통령이 명연설로 유명하지만, 연설 때마다 텔레프롬프터(연설 원고를 모니터로 보여주는 장치)를 이용하는 점을 들어 오바마를 “텔레프롬프터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래서 이날 페일린의 손바닥 메모는 진보진영 블로거들 사이에서 한바탕 조롱거리가 됐다.
기브스 대변인은 페일린이 손바닥에 애초 ‘예산 감면‘이라고 썼다가 ‘예산’(Budget)을 지우고 일반인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세금’(tax)이라고 고친 흔적까지 그대로 흉내내 자신의 메모에 쓴 ‘빵’이라는 단어에 ‘X’표시로 지운 흔적까지 남겼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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