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온 케네디의 밀애 편지. 오른쪽은 폰 포스트.
“살림만 안차리면 꼭 보러갈 것”…결혼 전후 몰래 사랑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정열적인 로맨스가 녹아있는 연애편지가 경매에 나왔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15일 보도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53년 여름, 야망에 찬 상원의원이었던 36살의 케네디는 스웨덴의 21살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케네디가 프랑스 휴양지 리비에라를 거닐다 폰 포스트를 처음 만난 것은 재클린과의 결혼을 몇 달 앞둔 때였지만, 결혼 뒤에도 밀애의 감정은 한동안 이어졌다.
1954년 6월 육필로 휘갈긴 연서에서 케네디는 “보트를 구해 2주 동안 당신과 함께 지중해를 항해하고 싶다”고 썼다. 둘의 은밀한 만남은 케네디가 등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1954년 11월 뉴욕 맨해튼 병원에서 쓴 편지는 숨겨둔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그는 “두 달째 병원에 있어요. 지난번에 당신이 파리에 오기로 했을 때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내가 유럽에 가지 못해 몹시 낙담했답니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당신이 어디에 살림을 차리고 살지만 않는다면 꼭 보러 가겠다“며 “혹시 미국에 올 기회는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폰 포스트는 1997년 자서전에서 이런 사연을 처음 밝혔을 당시 인터뷰에서 “그의 편지에 가슴이 쿵쿵 뛰었으며 너무 행복했지만, 당신은 결혼한 몸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1년이 안돼 스웨덴의 한 고성에서 “아름다운 일주일”을 함께 지내기도 했지만, 둘의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케네디는 1955년 8월 마지막 편지에서 그들의 운명이 표류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썼다. 케네디의 육필 연서들은 폰 포스트가 인터넷 경매에 부치면서 처음 공개됐다. 경매가는 2만5000달러(약 2860만원)로 시작했지만, 경매업체의 대표는 “낙찰가가 10만 달러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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