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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엄마 뱃속 있을때 피랍 32살에 아빠와 첫 포옹

등록 2010-02-25 15:16수정 2010-02-25 16:34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더러운 전쟁’으로 생사를 몰랐다가 32년만에 상봉한 아버지 아벨 마다리아가(왼쪽)와 아들 프란시스코(오른쪽)가 23일 기자회견에서 5월광장 어머니회의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회장의 박수를 받으며 서로 껴안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더러운 전쟁’으로 생사를 몰랐다가 32년만에 상봉한 아버지 아벨 마다리아가(왼쪽)와 아들 프란시스코(오른쪽)가 23일 기자회견에서 5월광장 어머니회의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회장의 박수를 받으며 서로 껴안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 군부 ‘더러운 전쟁’이 낳은 비극
임신 4개월 엄마 납치돼 감옥서 출산 뒤 다음날 실종
군 정보장교에 입양된 아기 출생 비밀 듣고 친부 찾아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알아봤다. 처음 아들을 껴안고 마음속 구멍이 채워진 느낌을 받았다.”(아버지 아벨 마다리아가·59)

“난생 처음으로, 내가 누군지 알았다.”(아들 프란시스코 마다리아가 퀸텔라·32)

32년 동안 얼굴도 못봤던 마다리아가 부자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서로 팔을 꼭 낀 채 지난 19일 첫만남을 얘기했다.

지난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에 실종된 자녀들의 어머니로 구성된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첫 남성회원이자 서기인 마다리아가지만, 기자회견의 주인공이 된 이날 심정은 남달랐다. 어머니회는 3만여명의 반정부 인사들을 납치살해한 군사정부의 ‘더러운 전쟁’에서 400여명의 신생아들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77년1월17일, 좌파그룹 회원이던 마다리아가는 아내 실비아 퀸텔라(당시 28살)가 기차역으로 가는 중 민간인으로 위장한 군인들에게 차량에 태워져 납치되는 것을 먼발치에서 목격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주던 의사였던 퀸텔라는 당시 임신 4개월이었다. 퀸텔라는 가장 악명높은 캄포데마요 감옥에 수감됐고, 수감동료들은 그가 7월에 아들을 출산했고, 다음날 실종돼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외로 탈출했던 마드리아가는 민주화 이후인 1983년에야 고국에 돌아왔다. 그는 어머니회 서기를 맡아보면서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사법적 지원을 정부에 촉구하고, 출생에 대해 미심쩍은 젊은이들에게 어머니회를 찾아 디엔에이검사를 받도록 홍보하는 등 많은 가족들의 재회에 큰 역할을 했다.

탯줄도 제대로 잘리지 않은 아기는 군정보장교인 빅토르 알레한드로 갈로에게 넘겨졌고, 알레한드로 라미로 갈로란 이름으로 입양됐다. 아들은 양부가 폭력적이었고, 형 누나들과 전혀 닮지 않는 자신의 생김새에 의문을 가졌지만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 갈로가 1994년 절도혐의로 10년형에 처해지면서 가정은 풍지박산됐다. 이혼한 양모를 찾아간 아들은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됐고, 어머니회를 찾아 디엔에이 검사를 거쳐 지난 19일 처음으로 생부를 만나 태어나기 전 부모가 붙여줬던 진짜이름을 되찾았다. 그날 갈로는 불법 입양 혐의로 체포됐다.

기자회견에서 아들 마다라아가는 옛이름이 언급되자 웃음을 거두면서 “다시는 그 이름을 쓰지 않을 것이다. 진짜 나를 찾게 된 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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