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 끊기고 도로는 곳곳 내려앉아
“산티아고는 큰 피해 없고 치안도 괜찮아”
“산티아고는 큰 피해 없고 치안도 괜찮아”
연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한 칠레에서 가장 피해가 큰 중남부 콘셉시온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지진 발생후 하루가 지난 28일에도 불안에 떨었다.
콘셉시온에 수십년간 살았다는 교민 박연수씨는 연합뉴스와 국제통화에서 "여진이 계속되는 데도 도둑 때문에 불안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당시 칠레 남부로 출장을 떠나 있던 박씨는 콘셉시온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소식을 듣고 8시간이나 운전을 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박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은 외벽에 길게 금이 가 있었고, 안쪽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그는 가구와 집기는 거의 다 쓰러졌고 창문도 곳곳이 열려 있었으며, 부엌의 그릇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 깨진 데다 냉장고는 본래 있던 자리에서 2m 정도나 밀려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박씨는 "도저히 치울 엄두가 나지 않지만 도둑이 많아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여진 때문에 집에 있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딸과 아들도 살고 있는데 딸은 지진이 나던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해 친구 집으로 옮겼다고 한다. 아들네는 피해가 없다는데 우리 집에서 그쪽으로 가는 도로의 다리가 무너져 가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전한 콘셉시온 시내 상황은 참혹했다. 흙벽돌로 지은 옛날 집들은 거의 다 무너졌고, 새로 지은 아파트까지 쓰러지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여진 때문에 주택가 집 앞에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운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도로는 곳곳에서 갈라지고 땅이 꺼지는 바람에 내려앉아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고,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겨 도시는 마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했다.
박씨는 "오래전 이곳에서 정착해 살아왔기 때문에 피해가 커도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콘셉시온에 비해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 산티아고의 우리 교민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회 장로인 최선택씨는 "우리 교민이 사는 집들은 무너지지 않아 피해가 없고, 현재 치안도 잘 지켜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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