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이 전하는 피해상황]
최대피해 콘셉시온 ‘암흑’
“물 안나오고 전기 끊어져”
최대피해 콘셉시온 ‘암흑’
“물 안나오고 전기 끊어져”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끊어졌다. 암흑세계다.” 칠레 지진으로 최대 피해를 본 콘셉시온에 34년째 살고 있는 박연수씨는 28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상가를 가봤더니, “벽이 금 가고 완전히 무너지게 생겼다”며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다 넘어가고 엉망이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자동차 기름이 떨어졌는데 주유소들이 문을 닫아 기름을 넣지 못해 큰일”이라고 전했다.
콘셉시온에 급파된 주칠레 한국대사관 이용현 참사관은 시내를 둘러보고 교민들과 만난 뒤, 우려한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참사관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8.8 규모여서 아이티처럼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일부 지역에서 오래된 건물과 일부 도로가 파괴되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 같다”며 “도로가 중간중간 붕괴됐지만 통행은 할 수 있고 거리도 상당히 차분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참사관은 “다만 전기와 통신, 상수도가 끊겨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지진이 다시 발생할까 두려워 교외로 나가거나 마당 등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칠레는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박씨와 이 참사관과의 휴대전화 연락은 수차례 불통되다가 가까스로 연결됐다.
주칠레 한국대사관 장명수 공사는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강한 지진을 느꼈다고 전했다. 장 공사는 “책장이 넘어지고 유리그릇도 깨지면서 자다가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여진이 두려워 차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4시간 만에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공사는 “칠레는 워낙 지진이 잦아 내진설계를 잘해서 산티아고의 고층건물은 거의 부서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이어 “칠레는 중남미에서는 선진국이라는 긍지를 갖고 시스템이 돌아가는 나라여서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왔다”며 “부정이 거의 없어 내진설계 등도 규정과 원칙대로 내실 있게 시행돼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