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지진] 교민이 말하는 칠레 상황
지진대비 철저 사재기 등 없어…전기·통신 복구안돼
지진대비 철저 사재기 등 없어…전기·통신 복구안돼
“빈민들의 약탈이 군인들에 의해 이제 진정됐다.” 지진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나면서 칠레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칠레 2대 도시 콘셉시온에 거주하는 교민 장기모(55)씨는 1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슈퍼마켓 등의 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면서 치안이 불안해진 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군인들이 배치돼 완전히 장악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인구 60만명의 콘셉시온에서 외신 등에 크게 보도된 빌딩이 하나 무너진 것을 빼면, 대부분 노후 주택과 낡아서 방치된 다리 등이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일어난 뒤 콘셉시온에서는 식료품을 비롯해 전자렌지·텔레비전 등 전자제품 약탈이 벌어졌다. 은행 한 곳과 현금자동지급기 2대가 도난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약탈을 막기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면서 대처했다. 장씨는 “보안용역 직원과 경찰이 일부 약탈자를 잡기도 했지만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어 박스 채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지난 이틀 동안 감당하지 못했다”며 “통행금지가 실시되면서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배치된 군인과 경찰은 이동차량으로 통행금지를 알리면서, 약탈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씨는 “정부에서 군인을 서둘러 배치하지 않은 것에 일부 불만이 있지만, 구조작업이나 병원 진료에 큰 혼란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셉시온 곳곳에서는 파괴된 건물의 잔해를 치우거나 수리하는 공사 소음이 들렸다. 일부 약탈이 벌어진 것을 빼면, 칠레 국민들은 대체로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장씨는 “워낙 강진이어서 여진을 두려워하지만 지진을 자주 겪다보니 상당히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사재기를 한다거나 안전한 이웃나라로 대피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도시가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고 있다. 전기와 통신, 수도 등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고, 주유소에서 석유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씨는 “주유소에서 석유공급을 정상화하기 전에 안전사고를 우려해 통제를 하면서 기름을 부분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여진을 두려워한 일부 주민들이 밖에 나와서 마당 등에서 텐트를 치고 밖에서 여전히 노숙을 하고 있다. 장씨는 “지진에 철저히 준비해서 아이티 지진에 비하면 피해가 적다보니 사람들이 ‘기적이다’ ‘하늘이 도왔다’라고 말하고 있다”며 “굉장히 빠르게 평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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