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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블로그] 미 우정국의 서비스 감축 고려

등록 2010-03-05 16:07

이른바 '효율성'에 대한 단상
미 우정국이 현재 주 6일로 연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우편배달을 주 5일로 감축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며, 우선 이달 말에 연방의회 우편 규정위원회에 정식으로 배달일수 감축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포터 연방우정국장은 지난 해부터 계속해 연방의회에 이같은 요청을 해 왔는데, 이번엔 아무래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란 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전망이기도 합니다. 규정위원회는 정식 요청을 받는대로 우편물 배달일수 감축이 어떤 변화를 갖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이를 의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터 국장이 미리 이에 대해 이슈를 터뜨린 것은 위원회에 미리 준비하라고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아마 지금까지 조금은 미적미적했던 이 이슈가 보다 구체적으로 토론될 듯 합니다.

사실, 이같은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메일의 보편화, 그리고 각종 공과금의 전자 납부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1종 우편물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적자는 당연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 6일 배달제를 주 5일로 바꾸는데는 여러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성인 우체부 노조와의 타협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나크(NALC: 전국우체부연합) 측에서는 '주 5일 배달 절대 반대'를 투쟁의 방향으로 분명히 했습니다.

사실 노조가 여기 매달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이 수많은 감원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얼핏 지나치거나 오해할 수 있는 사항 중 하나가, 우체부가 주 6일을 일하므로 일주일에 48시간을 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체부들도 기본적으로 주 40시간, 즉 5일 근무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체부들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추어 비번날을 갖습니다. 만일 이번주, 내가 월요일에 쉬었다면 그 다음주엔 화요일에 쉽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엔 수요일... 이런 식으로 쉬게 되는데, 금요일에 쉬는 날은 토요일도 함께 쉽니다. 대신 그 다음주엔 쉬는 날이 하루도 없고,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시 쉬는 날이 있습니다. 내가 쉬는 날, 내 라우트를 맡아 일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섯 개의 라우트를 이런 식으로 번갈아 맡게 되는데, 이를 '스트링'이란 단위로 부릅니다. 이 '스트링'을 관리하는 우체부들을 캐리어 테크니션, 약칭으로는 T-6 라고 부릅니다. 이들도 자기들만의 스케줄이 있습니다.

즉 라우트 다섯 개 당, 총 여섯 명의 우체부가 일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시스템입니다. 만일 주 5일 근무제로 바뀔 경우, 이들 T-6 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밖에 정식 직원이면서도 자신의 고정된 라우트나 스트링이 없는 '리저브'라는 직책도 있는데, 주 5일제 근무의 영향을 분명히 받게 됩니다. 따라서 주 5일제가 근무가 실시된다면 적어도 현재 일하고 있는 우체부 여섯 명 중 하나는 잘려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내규에 따라 6년차 이하의 낮은 고용연한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일단 연공서열에서 밀려 가장 먼저 퇴장당할 것이고,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라우트나 스트링에 대해 고참 T-6 들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잡을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 중산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우정노동자들의 대규모 감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체국 직원들은 과거엔 자기 혼자 벌어서 모든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직장이었습니다. 과거에 우체국에서 몇년 일해서 돈 모아 집을 샀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이야기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즉 이것은 중산층들의 실질 소득 저하라는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정국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 우정국의 경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됩니다. 연방정부의 예산안에 우체국을 위해 배정되는 금액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재무부에서 돈을 빌려 메꾸고 이를 나중에 갚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미 우정국이 지금까지 120억달러를 차입했고, 연방정부에서는 150억달러까지만을 빌려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우정국이 파산 상태가 되어도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는 지경에 거의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정 서비스는 말 그대로 '공공서비스'입니다. 연방정부가 운영해도 되는 사업인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말 그대로 연방정부마저도 자빠질 지경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우정국까지 신경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라면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이고, 특단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배후엔 '레이거노믹스의 득세'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국방력의 강화와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사회주의 붕괴를 꾀했던 그의 목적이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미국 내에서의 양극화의 극대화, 그리고 '경쟁력과 효율성의 강화'라는 미명 아래 기업들의 자본이동에 거의 무한자유를 부여함으로서, 기업들이 자기들이 해야 할 신기술, 신제품 투자보다는 땅놀이 돈놀이에 충실하게 만들었고, 직원을 뭉터기로 해고하여 실업자로 내몰고 자신들의 공장은 더 싼 임금으로 직원들을 부릴 수 있는 해외로 옮기도록 해 주었습니다.

당연히, 소비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던 미국의 산업노동자 중산계층이 무너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들 중산계층이 자신들의 잠재적 고객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미 국내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악순환은 그때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을 거의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놓고 말았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 그때 별들의 전쟁이니 B-1 폭격기의 개발 생산이니 하는 뻘짓에 쓰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미국이 기업들을 그렇게 막 나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사회 전반에 퍼져 버리고 만 이 무력증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과거에 우리가 동경했던 미국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동시에, 세상은 우리가 장미빛으로 전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효율이란 것이 결국 '투기자본의 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효율성'이란 것은 우리나라에선 IMF 의 시련을 통해 매우 혹독한 모습으로 그 실체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제가 겪고 있는 이 불안감을 이미 겪었거나, 아니면 그것이 이미 실체로 다가와 생계를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그 상황에서 머리싸매고 고민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벽에 부딪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도,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효율'이 무엇인지, 그들이 말하는 '경제'가 누가 주체가 된 경제인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대 강 사업, 누구 때문에 그 땅을 파헤치는걸까요? 그것은 누구의 효율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30년 후면 어떤 식으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이런 고민들은 사실 지금부터 30년 전에 일어났던 일로 인해 사회 전반이 그 영향을 받고 있는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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