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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토크쇼 50년 변신을 부탁해

등록 2010-03-14 19:45수정 2010-03-15 08:34





아침부터 밤까지 쇼쇼쇼
한결같은 형식에 인기 시들
젊은층 케이블·인터넷으로
5년새 시청률 20% 급감

지난해 9월 의료보험 개혁안이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 상정돼 표결을 하루 앞둔 21일 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레터먼이 진행하는 <시비에스>(CBS) 심야 토크쇼 ‘레이트 쇼’에 출연했다.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에이아이지(AIG) 보너스 파문이 터졌을 때에도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엔비시>(NBC)의 ‘투나잇 쇼’에 나가 민심을 달랬다. 지난 연말에는 부인 미셸과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가 소소한 백악관 일상을 풀어놓았다. 또 지난 1일 주미 중국대사관은 <시엔엔>(CNN)을 향해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시사 토크쇼인 ‘래리 킹 라이브’가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를 방송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토크쇼가 지닌 영향력이다. 미 텔레비전 방송은 토크쇼로 시작해 토크쇼로 끝난다. 아침 7시 ‘굿모닝 아메리카’(ABC), ‘투데이 쇼’(NBC) 등 뉴스 토크쇼를 시작으로, 오후까지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주부 대상 토크쇼가 이어진다. 글렌 벡(폭스뉴스), 앤더슨 쿠퍼(CNN) 등이 진행하는 뉴스쇼도 토크쇼에 가깝다. 그리고 밤 11시35분 데이비드 레터먼의 ‘레이트 쇼’(CBS)와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NBC)가 메인이벤트를 치르고, 직후인 밤 12시37분에 ‘레이트 레이트 쇼’(CBS)와 ‘레이트 나잇 쇼’(NBC)가 이어진다. 말로 의사를 주고받는 데 익숙한 미국 문화의 특징에, 유명인사들을 접할 기회가 토크쇼 이외엔 흔치 않다는 이유가 더해져 50년간 미 방송가에서 토크쇼의 전성시대는 이어졌다.

한데 요즘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의 보도를 보면, 몇 년 전 ‘투나잇 쇼’의 30초 광고단가는 5만달러였으나, 지금은 3만5000달러다. 3대 지상파 방송의 심야토크쇼 시청자 수는 5년 전보다 20%나 줄었다. 특히 18~49살 사이의 젊은층 시청자 이탈률은 더 높다. 이들은 케이블 방송 심야프로나 인터넷 등으로 옮긴다. 1~2명의 게스트를 불러 1시간가량 진행하는 토크쇼가 젊은층에는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컨설팅회사인 티엔스(TNS)미디어인텔리전스의 존 스왈런 부사장은 “심야 토크쇼 기본 형식이 2010년 시청자에겐 적합하지 않다”며 “15분이 지나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린다”고 말했다.

또 쇼 진행보다 게스트 섭외에서 판가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힘의 균형이 진행자에서 초대손님 쪽으로 기울었다. 인터넷에는 매주 토크쇼 게스트를 일괄소개하는 사이트도 있다. 그러다 보니 쇼 진행이 초대손님 띄워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박진감도 줄었다.

지난해 토크쇼 1인자인 제이 레노는 17년간 진행한 ‘투나잇 쇼’를 후배 코넌 오브라이언(46)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밤 10시에 ‘제이 레노 쇼’(NBC)를 진행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토크쇼는 애초 한밤이나 대낮 등 취약시간대를 채우기 위해 등장했는데, 레노가 프라임타임 자체를 넘본 것이다. 이전까진 레터먼만 이기면 됐던 레노는 매일 스포츠·드라마·쇼·뉴스 등과 싸워야 했다. 특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의학수사 드라마에 토크쇼로 맞서는 건 역부족이었다. 한달도 못 가 원래 그 시간대 있던 <엔비시> 드라마에 비해 시청자 수가 4분의 1이 줄었다. 게다가 레노의 마이크를 이어받은 오브라이언의 ‘투나잇 쇼’는 레터먼의 ‘레이트 쇼’에 지난 94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이는 토크쇼가 프라임타임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토크쇼의 시청층이 중년층 이상임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애초 <엔비시>는 60대에 접어든 레노에 비해 40대의 오브라이언이 젊은층에 더 유리할 것으로 봤으나 오판이었다. 토크쇼 시청 연령대가 진행자와 같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레터먼과 레노 이후에도 ‘심야 토크쇼’가 지금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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