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어 대변인·고문 등 대법원 비판 ‘포문’
기업의 선거광고를 허용한 대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미국 백악관과 대법원의 힘겨루기가 재현됐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과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각각 다른 방송에 출연해, 기업 쪽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을 비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어떤 로비스트도 아무 의원에게나 다가가 ‘이 법안에 우리 희망대로 투표하지 않으면, 당신 지역구의 경쟁자에게 수백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깁스 대변인도 <폭스뉴스>에 “중요한 것은 다가올 선거에 대법원이 익명의 정치 기부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그런 기부는 상·하원 의원의 당락에 구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1월 기업들이 선거기간 동안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비판 광고를 금지한 현행법은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선거 이슈에 대한 찬반 의견 뿐 아니라 후보 개인에 대한 좋고 싫음을 표명하는 광고까지 허용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대법원 판결은 석유회사나 보험사 같은 이익집단의 자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오도록 ‘통과 신호’를 준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대법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9일 “누구라도 대법원을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상황과 예의 문제도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연설 때 사법부에 ‘결례’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백악관은 대법원의 뒤늦은 공개반격이 있은 지 5일만에 다시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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