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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블로그] 전기줄에 웬 신발 두 짝?

등록 2010-03-18 11:46

미국에서 살다 보면 별 이상한 것을 보게 된다. 아래의 사진이 그겁니다. 평범한 거리 사진인데 뭐가 문제? 자세히 보시면, 파란 신호등 왼쪽 전기줄에 뭐가 걸려 있죠? 그게 뭘까요?

그걸 자세하게 찍은 겁니다. 바로 신발 두 짝입니다. 노란 운동화인데 귀엽군요. 게다가 두짝을 신발끈으로 묶어서 저렇게 나란히 올려 놓은 솜씨는 참 대단하네요.


* 전기줄에 신발 두 짝이 걸려 있는 것 - 맨 처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 다음에는 감탄했다. 신발 두 짝을 신발끝으로 연결해서 어떻게 저 높은 데에 저렇게 곱게 걸어놓을 수 있냐? 대단한 실력이다.

뭐 그런 정도로 넘겼다. 그런데 누가 저렇게 했지? 아마도 이상한 짓 좋아하는 중딩이나 고딩이들이 했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그게 아니었다. 전기줄에 신발 두 짝을 올려 놓은 것 - 그것은 일부러 한 것이란다. 누가? 마약 중개상, 아니 판매상이 하는 것이란다. 이 부근에 마약 파는 사람이 있으니, 사러 오시오. 뭐 이런 표시란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 세상 어느 곳도 마약을 대놓고 파는 곳은 없다. 그럼 대체 어떻게 산단 말인가? 결국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전기줄에 신발 두 짝을 걸어놓는 것이다. 어떤 곳은 신발 대신 다른 물건을 연결해서 걸어놓은 곳도 있다.

위의 사진은 고등학교 바로 옆 삼거리이다. 미국 고등학교는 마약을 구하는 것이 너무 쉽다고 한다. 값도 싸고. 문제는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지 못 하는 것이 마약이다.

* 지난 연말-연초에 유타의 델타라는 곳에서 히스패닉 남자가 밤 12시 무렵 자기 차를 검문하던 여자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델타는 유타에서도 완전 시골 마을이다. 그 남자는 그 여경의 동생에게 마약을 판 직후 검문당한 것이다.

그는 멕시코에서 출생했지만, 초중고를 다 유타에서 나왔다. 그런 그가 마약 중개상이 되었다는 것, 그가 경찰을 쏴 죽이리라고는 부모도 믿지 못 했다.

현재 멕시코는 마약 조직 카르텔과 전쟁을 벌리고 있다. 지난해 죽은 사람이 5300여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간보다 더 많이 죽었다. 지난해 말, 마약 조직 두목을 검거하다 죽은 해병대 병사의 장례식을 국민장 비슷하게 치루었다. 바로 그날 저녁 그 병사의 부모와 형제 넷인가가 집에서 참혹하게 사살당했다.

며칠 전에는 텍사스 엘파소 건너편 멕시코 도시인 Ciudad Juarez에서는 미국 영사관 여직원과 그 남편 등이 차를 타고 가다가 집중 총격을 받아서 3명이 죽었다. 애는 카시트에 묶여 있어서 다행히 죽지 않고. 이젠 미국 사람도 대담하게 죽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멕시코, 혹은 중남미의 마약 전쟁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에서 마약 거래를 합법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마약 범죄 조직이 다 망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유타에서도 깡촌인 시골 마을에서도 마약을 거래한다는 사실, 고등학교 바로 옆 전기줄에 신발 두짝이 걸려 있는 모습 - 이게 미국의 현주소이다.

* 요즘 보니 그 신발을 치워 버렸더군요. 하긴 누구 말에 따르면, 신발 보고 마약 사러 어슬렁거리면 마약상과 만날 수도 있지만, 형사와 부닥칠 확률도 만만찮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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