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에서 하원의 의료개혁법안 표결이 진행되는 21일, 의사당 밖에서 의료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이 응원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 의보개혁안 통과하던 날
항의시위대 의사당 들어와 반대도
항의시위대 의사당 들어와 반대도
공화 전원-민주 34명 반대
과반 3표 넘겨 간신히 통과 찬성 219 대 반대 212. 21일(현지시각) 밤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의료보험 개혁안의 표결 결과다. 이번 의보 개혁안 처리 과정은 두 동강 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미국 근대사를 통틀어 주요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화당의 표를 1표도 얻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등이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케이오’가 아니라 ‘판정승’이라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78명은 이날 표결에서 예상대로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 뒤 미국인 다수가 의보 개혁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우리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며 “국민들의 의지와 달리 자신들의 뜻대로 처리한 의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표결이 예정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개혁안 처리를 위해서는 216석이 필요했지만, 지지 의원 수는 이를 밑돌았다. 의보 개혁안이 통과되면 낙태가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바트 스투팩 의원(미시간)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안팎을 설득하는 게 최대 변수였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오후 이들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연방예산이 낙태지원에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약 10명의 민주당 의원이 의보 개혁안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의보 개혁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실제 표결 결과는 과반수인 216표를 불과 3표 웃도는 것이었다. 그만큼 박빙의 결과였다. 민주당 소속 의원 중 34명은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던졌다. 1시간여 진행된 개표 과정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보던 미국민들은 자신이 그 어느 편이든 하원의 표결 숫자란에 ‘찬성 216’이란 숫자가 나타날 때까지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이 사실상 확정된 순간이었다. 이 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텔레비전으로 투표상황을 지켜보던 오바마 대통령은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 참모들도 박수를 치며 서로 껴안고 기쁨을 나눴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선 뜨거운 공방이 오갔고, 의사당 밖에서도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의보 개혁에 반대하는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의사당 안으로 들어와 “법안을 없애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끌려나갔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에 침입하면서, 깜짝 놀란 의원들은 뒤를 돌아봤고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일어서 박수를 치는 대조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제약업계 등도 반발했다. 의료장비 제조업체 메드트론의 빌 호키 최고경영자는 “이번 법안은 의료혁신 투자를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프란시 리벤이라는 57살의 한 여성은 “나도 이제 의료보험을 갖게 됐다. 신이 내게 보내줬다”며 기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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