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포 카라피 주한 칠레대사
아돌포 카라피 주한 칠레대사
지진이 나면 기둥이 튼튼한 엘리베이터 옆으로 대피하는 게 낫다, 깨진 유리조각에 다치지 않도록 신발을 신고 피해야 한다…. 서울 충무로 칠레 대사관에서 22일 만난 아돌포 카라피(사진) 주한 칠레대사는 지진 대피 요령을 줄줄줄 읊었다. 카라피 대사는 2월27일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를 강타했지만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철저히 교육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진은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지진대피 교육을 실시하고 엄격한 건축기준을 적용해왔다”고 말했다. 카라피 대사는 쓰나미 경보발령이 늦어서 해안가의 피해가 컸던 것에 대해서는 “통신망이 파괴된 상태에서 위험지역까지 경보가 전달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실수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역의 약탈 등 혼란에는 실망감을 보였다. 카라피 대사는 “지원이 늦어서 약탈했다는 것은 범죄에 대한 핑계다”며 “약탈자의 상당수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돕거나 잘못을 뉘우치고 훔친 물건을 되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퇴임 직전 84%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안정적 경제운영과 함께 국민들과 공감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신임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가 “시장자유화와 민영화 정책이 늘겠지만 1~2년은 재건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데올로기로는 발전을 못 이룬다. 대외관계에서도 큰 변화없이 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임기 뒤 4월 귀국하는 카라피 대사는 “한국은 칠레 발전의 좋은 모델이다”며 “지진 뒤 뜨거운 지원에 감명을 받았고, 칠레 재건은 한국에도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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