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조언 몰카’ 치명타…도덕성 논란에 정부지원 끊겨
저소득-중산층을 위한 진보적 지역사회조직를 표방했던 미 최대 지역공동체 조직 에이콘(ACORN, 즉각적인 개혁을 위한 지역사회단체 연합회)이 22일 해체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료보험 개혁을 지지했던 에이콘이 역사적인 의료보험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한 다음날 보수단체들의 집요한 공격에 끝내 손을 들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에이콘 이사회는 다음달 1일을 기해 미 전역의 잔여 사무실을 모두 폐쇄키로 했다.
에이콘은 1970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가난한 주민들이 옷과 가구들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운동으로 시작됐다. 학교 무료급식, 제대군인 권리보장 등 주민복지에서 시작해서 80년대를 거치면서 무주택자 주택보급운동, 빈곤층과 소수인종들의 정치적 권리 확보를 위한 유권자 등록운동, 최저임금 인상운동 등 진보적인 활동으로 거듭났다. 에이콘은 이후 전국 40개주, 110여개의 도시에 1200여개의 지부, 회원 40만명을 거느린 미국 최대 지역공동체조직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06년 에이콘이 접수한 유권자등록자 130만명 가운데 45만명을 제외한 등록자가 유령인물이거나 이중등록자로 판명나면서 에이콘의 ‘공룡’ 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편을 들어온 에이콘에 대한 공화당과 보수진영의 표적공격도 이때 시작됐다. 2008년에도 부정등록문제가 터져나오면서 대선 토론과정에서 에이콘의 잘못이 오바마에 대한 공격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창립자 동생의 에이콘 공금 유용사건이 10여년간 은폐됐던 것이 공개되면서 또한차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9월 볼티모어 지부 직원이 창녀와 뚜쟁이로 가장한 보수진영의 자원봉사자에게 탈세방법 등을 조언해주는 장면을 찍은 몰래비디오가 유투브에 공개되면서, 에이콘은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에이콘은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의 예산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자금난을 겪게됐고, 기부자들과 회원들의 조직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던 것이다. 부패의 낙인이 찍히고 도덕성이 치명적 상처를 입은 시민운동은 존재의의를 잃게 된다는 점을 에이콘이 보여준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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