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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사형수 ‘죽다가 살아났다’

등록 2010-03-26 08:28

집행 한시간 남겨두고 극적 유예
대법원, DNA 검사 요구 수용해
한편의 영화 같았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텍사스주에서 국내외에서 사형집행 연기 청원이 빗발쳤던 한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이 24일 집행 한시간도 안 남기고 극적으로 유예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동거녀와 2명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헨리 스키너(47) 사건의 재검토를 위해 약물주입 사형을 유예할 것을 지시했다.

스키너는 1993년 마지막날 텍사스주 팜파시의 자신의 집 거실에서 동거녀가 성폭행당한 뒤 도낏자루로 수차례 맞아 타살되고 지적장애인인 두 아들도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으로 1995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스키너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사건 현장인 거실의 소파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항불안제와 보드카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키너 사건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사형수의 무죄입증으로 유명한 노스웨스턴대학 언론학과의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인 ‘무죄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지난 2000년 스키너의 무죄 주장을 조사하면서부터이다. 이 학생들은 유력한 혐의자임에도 경찰 조사를 받지 않은 피살된 동거녀의 삼촌과 비슷한 인물을 목격했다는 증언과 그의 범행을 추정할 수 있는 목격자, 그리고 전혀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디엔에이 증거들을 찾아냈다. 프로테스 교수와 스키너의 변호인단은 항소법원에 항소하고 주지사에게 디엔에이 검사를 계속 요구하는 청원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지난해 말 사형일자가 확정됐다.

스키너 사건은 2007년 ‘미국 사법재판의 치명적인 실수’라는 프로그램으로 국제적인 전파를 탔다. 스키너는 2008년에는 프랑스 국적의 사형폐지론자인 상드린 아조르주-스키너와 옥중결혼을 하기도 했다.

스키너는 올해 텍사스에서 집행된 5번째 사형수가 될 뻔했다. 텍사스에선 지난해에도 24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헌츠빌교도소의 사형집행실 옆에서 마지막 식사로 치즈버거를 먹던 중 결정 통보를 받은 스키너는 “죽으려고 맘을 먹었는데, 오늘 내가 (재판에) 이긴 기분이다”라고 말했다고 <텍사스 트리뷴>이 현장에 있던 교도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키너의 무죄가 인정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검토를 기각할 경우엔 30일 이내에 사형일자가 다시 정해질 수도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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