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살얼음판 위 기지개’
고용·생산·부동산 등 상승곡선 “희망이 보인다”
재정투입 줄고 실업률 심각 “아직 불안요소 많아”
재정투입 줄고 실업률 심각 “아직 불안요소 많아”
최근 고용, 생산, 소비, 수출, 그리고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5일 발표한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는 55.4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6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비스업은 회복기에 제조업을 뒤따르는 경향이 있어, 이는 경기회복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주 발표된 3월 제조업 지수도 59.6으로 8개월째 기준치인 50을 넘었다.
또 이날 미 부동산중개인협회는 2월 잠정 주택매매 지수가 전달보다 8.2% 오른 97.6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앞서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지난 3월 16만2000개 증가해 2007년 3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해 고용사정도 풀리고 있다. 또 미 재무부가 애초 15일로 예정된 환율보고 발표를 연기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갈등에서 화해로의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미국 수출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6월 바닥을 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세계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미 경제회복은 수출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 경제컨설팅 업체인 ‘비콘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토퍼 톤버거는 5일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미 경제에) 희망이 보인다. 노동시장이 반환점을 돌았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불안요소는 적지 않다. 서비스업 경기회복이 주로 소매관련 업종에 머물고 있고, 실업률은 여전히 9.7%로 심각한 수준이다. 또 2월 부동산 시장 호조세가 봄철 이사 수요와 정부의 주택구입 세제혜택 등 일시적 변수가 작동했고, 3월 신규 일자리 수 증가도 인구센서스 조사요원, 2월 폭설로 인한 일자리 감소분 회복 등 허수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전체 실업자 중 27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사상 최고인 44.1%라는 점, 또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넓게 퍼져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경기회복을 이끈 주체가 재정적자를 감수한 정부의 재정투입이었는데, 이는 계속 줄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선임 경제학자인 개드 레바논은 5일 <에이피>(AP) 통신을 통해 “지난 9개월간 미국 경제는 약 4% 성장을 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1~1.5% 정도로 성장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개인소비 증가, 자영업 매출확대, 그리고 중소기업 고용증가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금같은 회복속도가 유지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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