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국의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할 일이 있어서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가 시간을 보니 어느새 일곱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토요일엔 30분이면 뒤집어 쓰는 거리지만, 직장까지 막힐 때는 한 시간 걸릴 때도 있는지라, 깜짝 놀라 헐레벌떡 집을 나섰습니다.
도대체 이게 웬일...? 특히 대학 개강이 있는지라, 평소보다 막혀도 훨씬 막혀야 하는데, 그럭저럭 운전할 만 했습니다. 5분 전 일곱시에 집을 나섰건만, 별 무리없이 직장에 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평소에 개강 날 같으면, 우체국 주위에만도 무려 네 군데의 학교가 모여있는(UW, SU, SCCC, 코니시 예술대) 브로드웨이는 벌써 자동차로 차고도 넘치는 게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훨씬 차량 소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어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무연 일반 기준으로 다시 갤런당 3달러 선이 되고 있었습니다. 과거 한때 갤런당 99센트도 비싸다 했었던 휘발유 가격은 2년전 갤런당 거의 5달러까지 올라가고 나서는 그때 비교해선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지만, 그래도 갤런당 3달러면 학생들에겐 아마 크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갤런당 5달러를 호가했던 그 때 돈을 좀 더 내고 쾌적한 출근길을 보장받고 있다는 자조 어린 생각을 하며 버텨냈는데, 그때 생각하면 훨씬 기름값이 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하긴, 그때보다도 직장이란 것이 훨씬 줄어들어 버렸으니...
지난 2년, 워싱턴 주만 하더라도 실업자의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이 지역의 최대 고용주인 항공기 생산업체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감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목재와 종이 생산 업체인 웨어하우저의 공장 및 생산량 감축이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의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집값의 갑작스런 폭락이었습니다. 이른바 부동산 버블의 충격은, 이곳도 지나치지 않았던 것이지요. 집을 몇 채씩 사 놓으며 세를 놓고 있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는 집의 가치에 충격을 먹고, 또 억지로 사 놓았던 집들의 모기지 감당이 되지 않으면서 은행들이 급히 융자를 회수하려 했으나 이 또한 억지였던 셈입니다. 그동안 그저 이자만 먹고 살면 되는 줄 알았던 은행과 임대료로 집값 갚을 생각을 했던 집주인들이 나자빠지기 시작하면서 가져온 파동이 소매경제와 가정경제로 번지기까지는 정확히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곳의 소매, 식당업은 그 어느때보다도 최악의 경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업률까지도 폭등하면서 경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정부들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세금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껏 세금을 붙이지 않았던 과자나 병물 같은 것에도 세금을 붙이기 시작했고, 담배엔 갑당 1달러의 세금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사업체들은 이래저래 죽어나게 된 셈입니다.
그러니, 이런 불경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넘어지는 식당이나 소매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 때문에 지금 다시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어놓은 상업용 건물들의 공한율이 그 어느때보다도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배달을 하는 구역은 레지던셜(주거용)이라 큰 변화는 없지만, 큰 길가를 끼고 있는 바로 옆 라우트의 경우 우편배달이 중단된 곳들이 꽤 많이 생겨났습니다. 조금만 변두리로 나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크게 지어놓은 샤핑 몰들의 절반이 비어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이런 곳들에서, 애초 투자 금액이 회수되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으로부터 촉발될 또다른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경제에 문외한인, 그저 우체부일 뿐인 제 눈으로도 이 위기는 지척으로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일 이게 터져버릴 경우, 그 강도는 지금껏 미국에서 살고 있던 저희가 겪었던 어느 위기보다도 더욱 클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느냐 하는 건데, 딱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은 어떤 정책을 갖다 붙여도 수술해야 할 상처에 반창고 붙여 버리는 경우밖엔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단 지금처럼 세계화-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규제를 낮추고 투기 자본들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게 만들어 놓은 이상한 체제-에 편승, 더 많은 이윤을 낸다는 이유로 해외로 나간 제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소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임금을 충분히 지불하고 나아가 저축의 여력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이렇게 하자고 하면 사회주의라고 악을 쓰는 세력도 만만찮은 것이 현재 미국의 상황입니다. 즉,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가 정답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에 사는 것도 참 걱정됩니다. 시애틀에서....
실제로, 제가 배달을 하는 구역은 레지던셜(주거용)이라 큰 변화는 없지만, 큰 길가를 끼고 있는 바로 옆 라우트의 경우 우편배달이 중단된 곳들이 꽤 많이 생겨났습니다. 조금만 변두리로 나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크게 지어놓은 샤핑 몰들의 절반이 비어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이런 곳들에서, 애초 투자 금액이 회수되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으로부터 촉발될 또다른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경제에 문외한인, 그저 우체부일 뿐인 제 눈으로도 이 위기는 지척으로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일 이게 터져버릴 경우, 그 강도는 지금껏 미국에서 살고 있던 저희가 겪었던 어느 위기보다도 더욱 클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느냐 하는 건데, 딱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은 어떤 정책을 갖다 붙여도 수술해야 할 상처에 반창고 붙여 버리는 경우밖엔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단 지금처럼 세계화-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규제를 낮추고 투기 자본들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게 만들어 놓은 이상한 체제-에 편승, 더 많은 이윤을 낸다는 이유로 해외로 나간 제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소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임금을 충분히 지불하고 나아가 저축의 여력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이렇게 하자고 하면 사회주의라고 악을 쓰는 세력도 만만찮은 것이 현재 미국의 상황입니다. 즉,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가 정답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에 사는 것도 참 걱정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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